국내 최초의 건전지 기업인 로케트전기가 창업주 고(故) 김종성 회장과 차남 김도원 전 상무를 상대로 제기한 3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최근 로케트전기 법인이 김 회장 부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채권 시효가 소멸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 전 상무는 2013년 5월 로케트전기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비상장 바이오 기업 셀텍의 지분 250만 주(42.15%)를 적정 가격보다 높은 60억 원에 인수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공시를 통해 로케트전기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셀텍은 2011년 기준 직전 5년 동안 누적된 당기순손실액이 542억 원에 달하고 로케트전기의 인수 당시 매출액은 1억 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임상비 지원 등 최소한 100억 원은 투입돼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로 인해 김 전 상무는 2018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로케트전기는 김 회장 부자가 공모해 셀텍과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매매대금 60억 원에서 회사의 객관적인 가치인 28억7500만 원을 초과한 31억25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 부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소송 제기가 시효의 소멸 기간이 끝난 후에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회장 부자가 공모해 건전지 제조 사업과 전혀 무관한 셀텍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고, 사채를 발행하는데 법과 정관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적정한 지분인수 가격을 정하기 위한 실사도 거치지 않는 등 피고들은 원고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케트전기 대표가 2013년 사업보고서가 제출된 2014년 3월에는 김 회장 부자의 가해 행위와 회사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사건 소송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제기돼 손해배상 채권의 시효 소멸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