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우리나라의 신세계백화점 푸드마켓과 비슷한 태국 방콕의 시암파라곤 고메마켓에 가보니 듣던 대로 일본과 중국의 신선과일들이 마트를 점령하고 있었다. 고메마켓은 원산지 표시를 해당 국가의 국기로 하고 있었는데 일본과 중국 국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태극기가 달린 매대를 볼 수 있었다. 바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케이프레시존(K-Fresh Zone)’이다.
K-Fresh Zone은 aT가 만든 신선과채류 전용판매관이다. 2018년 3월 30일 이곳에 1호점을 개점했고 현재 방콕에 5호점까지 운영되고 있다. 딸기, 배, 단감 등 신선농산물 23종을 상설 판매하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태국에 수출한 딸기는 582만4200달러로 가장 많고 배 56만1200달러, 단감 32만6100달러, 포도 21만2200달러 순이다. 태국 내 한국 농식품 점유율을 보면 2018년 기준 수입 딸기(물량 기준) 시장에서 호주산(40%)에 이어 한국산(29%)이 2위를 기록하고 있고 배, 사과, 포도, 단감 등은 압도적으로 중국이 수입점유율 7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산은 1~2% 정도에 불과하다.
태국은 아시아 최대의 신선 과일 수출국으로 특히 두리안, 구아바, 망고, 망고스틴, 바나나, 오렌지, 람부탄, 코코넛, 리치 등 열대과일 수출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태국과 한국은 2010년 1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지만 배, 사과 등 일부 신선농산물을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해 30%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국의 농산물 수출입은 FTA 발효 전과 후가 각각 22.6%, 23.4%로 기대에 못 미친다. 이런 약점에도 한국산은 고품질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태국에서 한국 딸기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른 나라의 딸기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당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한국을 다녀오는 태국인들의 손에 딸기 상자가 들려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딸기의 존재감은 없었다. 그러다 한류로 인해 한국을 찾는 태국인이 늘고 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12월이 공교롭게 한국에서 딸기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달이라 한국 딸기를 맛본 태국인이 늘어나면서 본격 수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7년엔 호주를 제치고 태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태국과 호주 간의 관세 협정으로 호주산 딸기 관세가 0%가 되면서 다시 호주 딸기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지만, 우리나라의 딸기도 올해 5%로 인하되면서 경쟁력이 높아진 상태다. 품종도 매향이 중심이었지만 설향, 죽향, 금실 등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aT는 올해부터는 킹스베리도 본격 수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라 한국산 딸기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태국의 최대 유통업체인 바차몬(VACHAMON)의 위파비 와차라콘(Wipawee watcharakorn) 대표는 한국 신선농산물에 대해 품질이 확실하다면서도 향후 관세가 인하되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K-Fresh 수출로드개척단’ 행사에는 수출업체 9개사 및 수입바이어 23개사가 참여해 수출업체·바이어 간 1:1 매칭 수출상담회가 진행됐다. 상담회에서는 72건, 1620만3000달러 규모의 상담이 이뤄졌고 719만2000달러 상당의 계약이 체결됐다. 또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와 한국식품수입업체 프로타이(Prothai)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캠벨, 샤인머스캣 등 15만7000달러 상당을 내년 9월 선물용으로 수출하기로 했다. 또 창락농산, 에버굿, 탑플루트 등 국내 수출업체가 기존 거래처 상담을 통해 단감 수출을 올해 1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협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