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설비를 비롯한 투자 지출을 줄이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글로벌 지수산출기관인 ‘S&P다우존스인다이스(SPDJI)’는 보고서를 통해 이달 중순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들의 지난 3분기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0.8%, 약 13억8000만 달러(1조 6200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마존과 애플이 19억 달러 투자 증가로 기여했을 뿐, 양사를 제외한 438개 기업은 대부분 투자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지적했다.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의 올해 투자는 초기 전망치보다 8% 감소할 전망이다. 소매유통업체 타깃도 올해 투자 규모를 초기 전망치보다 11% 낮춘 31억 달러로 예상했다. 통신사 AT&T도 비용 절감 조치로 내년 투자를 줄일 방침이다.
전분기 대비 가장 투자 감소가 큰 곳은 제조업 분야로 약 10% 감소했고 금융 분야도 8% 줄었다.
기업 투자활동을 나타내는 비거주용 고정투자는 2분기 1% 감소에 이어 3분기에도 3%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첫 2분기 연속 감소다.
기업들의 이같은 투자 감소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무역이 줄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특히 전문가들은 타이밍에 주목했다.
투자 감소는 무역협상 관련 미중 갈등이 불거지고 서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2018년 3분기부터 차츰 나타났다.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공급망, 가격, 수익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투자 위축을 부채질 했다. 또 세계 성장 둔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 증가도 요인이 됐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참여한 대상 기업 중 12%가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했다. 2019년 상반기 투자 감소 규모가 400억 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무역긴장과 관세 부과 우려가 투자 계획에 확실히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 교수는 “무역 불확실성이 미국 투자 감소를 가져온 주요 요인”이라면서 “일부는 회복될 수 있지만, 영원히 투자 회복이 불가능한 분야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장 폐쇄, 때를 놓친 연구개발 및 프로젝트는 미국 경제 성장에 오랜 기간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장벽이 일부 수입을 막아 미국 제조업 부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라고 WSJ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