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취업시장이 ‘공무원 공화국’이었다면, 이젠 ‘공기업 공화국’이 됐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정원은 약 40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의 2.2%에 불과하지만,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13~29세) 비율은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중소·벤처기업 취업은 창업만도 못한 선택지가 됐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국가기관(22.8%), 공기업(21.7%), 대기업(17.4%)을 꼽았다.
공기업 선호율은 2011년 15.6%에서 2013년 17.7%, 2015년 19.5%, 2017년 19.9%, 올해 21.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기관(공무원) 선호율이 2011년(28.7%)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있지만, 감소분이 그대로 공기업으로 흡수되는 모습이다. 국가기관과 공기업 선호율 합계는 44.5%를 기록했다. 2017년(45.3%)보단 낮지만, 2015년(43.2%)보단 높은 수준이다.
강유경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2015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국가기관과 공기업이 함께 늘어 추세상 국가기관 선호가 공기업으로 이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올해로 한정하면 2017년보다 국가기관은 줄었지만 공기업은 늘어 선호가 일부 이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기업(6.9%), 전문직기업(6.8%), 중소기업(5.0%), 해외취업(4.3%), 벤처기업(2.1%) 선호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그나마 자영업이 11.9%로 2년 전보다 0.6%포인트(P) 올랐다.
재학생 중 중학생 이하는 대기업(27.8%), 국가기관(22.9%), 전문직기업(11.8%) 순이었으나, 고등학생은 국가기관(24.3%), 대기업(18.7%), 공기업(18.2%)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대학생 이상은 공기업(27.0%) 선호가 가장 높고 국가기관(19.9%), 대기업(17.9%)이 뒤를 이었다. 재학생이 아닌 응답자들은 국가기관(23.6%), 공기업(22.6%), 자영업(15.2%) 순으로 선호율이 높았다.
중소기업은 중학생 이하(5.4%), 고등학생(5.8%)에서 대학생 이상(3.7%)으로 넘어가면서 선호율이 급락했다.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로 대학생 이상에서 선호율이 1.7%에 머물렀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공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공기업은 고용 안정성이 공무원만큼 높으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은 민간기업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는 직업 선택요인에서도 확인된다.
모든 연령대에서 수입(38.8%)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10대부터 50대까지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 비율도 함께 올랐다. 2순위인 고용 안정성(25.6%)은 20대(23.2%)에서 30대(22.8%)로 가면서 소폭 하락했지만, 이후 60세 이상까지 연령대에 비례해 상승했다.
그나마 청년층은 타 연령대보다 적성·흥미를 중요하게 여겼다. 직업 선택에서 적성·흥미가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은 10·20대에서 각각 30.2%, 23.6%로 전체 평균(16.1%)을 크게 웃돌았다.
한편, 19세 이상 취업자 10명 중 6명(59.1%)은 실직·이직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비율은 2년 전보다 1.3%P 하락했다. 성별로는 남자(59.7%), 연령대별로는 40대(63.0%), 직업별로는 기능·노무직이 상대적으로 직업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여성 취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86.4%로 2년 전보다 0.8%P 줄었다. 20대 이후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 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육아부담(50.6%), 사회적 편견(17.7%), 불평등한 근로여건(12.7%) 순이었다.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선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은 줄고(43.1%→42.1%), 일·가정이 비슷하게 중요하단 응답은 늘어나는(42.9%→44.2%) 추세다. 두 지표가 역전된 건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근로여건 만족도는 모든 분야에서 2년 전보다 상승했다. 전반적인 일자리 만족도와 관련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32.3%로 2년 전(27.7%)보다 4.6%P 늘었다. 직장 내 폭력 방지(44.8%), 인간관계(41.6%), 하는 일(39.4%), 근로시간(34.5%) 순으로 만족한다는 비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