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127개 법안을 심사했다.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핵심 안건 중에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있다.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려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기준에서 ‘금융관련법’ 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제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회생과 직결된 법안이기도 하다. 케이뱅크는 현재 자본금 부족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데, 대주주가 되려던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케이뱅크로서는 유상증자에 성공할 경우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지만, 개정안이 무산되면 케이뱅크는 당장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회의에 앞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의원들 간 견해 차이가 뚜렷해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상당수 의원은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가졌지만 일부 의원이 ‘시중은행과의 법 적용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한국당이 신용정보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연계해 처리하자는 입장이어서 이번 소위원회의 ‘뇌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각 당의 간사를 맡은 의원들이 소속 의원을 법안에 반대하는 소속 의원을 꾸준히 설득해 법안 처리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도 8년의 진통 끝에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금융회사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소비자 보호가 미흡할 때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 제재한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이 법안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1년 처음 발의된 이후 총 14개의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번번히 시한 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최근 DLF 손실 사태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울러 이날 소위원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날 핵심 안건 중 하나였던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합의가 미뤄졌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과 함께 ’데이터 3법‘을 이루는 이 법안은 있다.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를 상업적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렇게 제공된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취지다. 정부의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정책을 위한 필수 법안으로 금융업계에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안이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회동에서 데이터 3법 본회의 처리를 합의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법과 달리 신용정보법은 여야 의원들의 시각차가 크지 않아 무난하게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거의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로 보류됐다. 상임위 전체회의가 다수결로 안건을 의결하는 것과 달리 법안소위는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것이 관행이어서 의원 한 명만 반대해도 처리가 무산된다.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에서 데이터 3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다음 회의에서는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무위는 25일 법안소위를 다시 열고 이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