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미 하원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트럼프 의향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상 회담 개최 등의 대가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부정 조사를 우크라이나에 요구했다고 증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그쪽에 대가를 준 것인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는데, 선들랜드 대사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트럼프의 부정에 대한 추궁을 강화할 태세다.
이날 하원정보특별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한 4일째 청문회를 열었다. 선들랜드는 청문회 증언에서 “대가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트럼프의 명확한 지침에 따라 그의 고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와 우크라이나 정책 조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 측에 백악관에서 미국-우크라이나 정상 회담 등을 실현하려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대결 가능성이 있는 바이든의 비리 조사에 나선다고 우크라이나가 발표하는 것이 교환 조건이라고 했다고 한다.
선들랜드는 “이러한 조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우리 모두는 이해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무엇보다, 9월 9일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은 무엇을 요구했느냐”고 트럼프에게 직접 묻자 “아무것도 없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옳은 일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대가’ 요구가 트럼프의 직접 지시에 근거한 것이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한편 선들랜드 대사는 7월 19일 정권 관계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와 예정한 전화 협의에서 “투명성을 확보한 조사에 임할 의향을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수신자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이 포함됐었다며 주요 트럼프 정권 관계자들이 바이든 조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선들랜드는 9월 1일 폴란드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도 직접 대화해 바이든 조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보류가 연결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펜스 부통령은 이 직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줄리아니 등을 통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제의를 펜스와 폼페이오가 사실상 묵인한 셈이 된다.
선들랜드는 트럼프에 대한 기부자 중 1명으로, 그 공적을 인정 받아 EU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됐다. 지금까지 청문회에 출석한 국무부 고위 관리들과 달리, 그와 직접 대화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의혹을 풀어줄 ‘키맨’으로 주목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