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을 제외한 6대 로펌이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재량근로제는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며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는 근무형태다. 변호사들은 도급 형태의 업무 방식과 잦은 외근으로 사무직 근로자와 같은 형태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기 힘들다. 대형 로펌들은 소속 변호사들의 업무 특성상 재량근로제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은 1월부터 재량근로제를 시행 중이다. 화우는 지난해 7월, 바른과 율촌은 각각 지난해 11월에 도입했다. 세종은 4월부터 재량근로제를 적용했다. 이들 로펌은 소속 변호사에게 업무의 수행 방법 및 시간 배분 결정을 위임하고, 다른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 근로시간은 시간 외 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주당 52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들 로펌은 지난해 각각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합의를 이뤄냈다. 팀별로 구성한 임시회의체에서 동의한 내용을 어쏘(Associate)변호사와 파트너변호사 대표를 선정해 회사와 합의하는 등 기업의 임금 및 단체협상과 비슷한 구조로 진행했다.
반면 김앤장은 재량근로제 도입을 위한 협의는 시작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대형 로펌들이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소 의사결정 구조가 일원화되다 보니 전체 구성원 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김앤장은 어쏘변호사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서 협의가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 관계자는 “내년 1월 시행에 맞춰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다른 지배구조가 어떻게 작용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재량근로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출퇴근 재량, 재택근무 등 근무 형태는 전보다 눈치를 안 보고 선택할 수 있지만, 실제 업무량이 줄지는 않는다”며 “어쏘변호사들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