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비리 감점의 효력을 정지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감점 사유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는데도 감점 조치 자체가 다른 공공입찰 평가에 반영되는 등 반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정부가 발주하는 대부분 건설사업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건설이 본안 소송에서도 승소할 경우 상당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포스코건설이 정부를 상대로 “본안 판결 전까지 비리 감점 부과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조달청은 2016년 3월 미래창조과학부를 수요기관으로 하는 5842억 원 규모의 ‘중이온 가속기 시설 건설사업 건립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포스코건설은 입찰에 참여하고 이듬해 기술제안서 평가를 거쳐 낙찰자로 결정됐다.
이후 포스코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다른 연구사업에 참여하면서 외부 전문가인 A 교수에게 자문을 의뢰하고 자문료로 30만 원을 지급했다. A 교수는 미래부 중이온 가속기 시설 건설사업 건립공사 기술제안서 평가 심의위원이었다.
이에 조달청은 ‘사전 신고 없이 낙찰된 후 1년 이내 심의 참여 위원에게 용역ㆍ연구ㆍ자문을 의뢰한 경우’ 2점 감점을 하는 기준을 근거로 비리 감점 조치를 했다.
포스코건설은 감점 조치의 근거가 되는 입찰 안내서와 조달청 훈령에 비춰보면 심의 위원에 대한 모든 자문 의뢰에 대해 무조건 감점이 부과된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입찰 심의와 관련된 비리 행위인 경우 한 해 감점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감점 조치 자체로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거나 일률적으로 기술평가 점수가 감점되는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대규모 관급 공사를 발주하면서 타 기관의 감점 조치를 기술평가에 반영하도록 사실상 권고하고 있어 불이익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심의 위원과의 접촉이나 자문, 연구 의뢰 등은 사업의 시행과 연구 단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상황에 따라 업체들에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수도 있다”며 “이런 경우까지 감점을 부과하는 것은 자기 책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감점 조치를 의결한 기술자문위원회에서 어떤 내용의 심의가 이뤄졌는지 밝히지 않고, 의결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주장하는 사유에 대한 해명의 기회가 부여됐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포스코건설이 본안 소송에서 감점 사유와 책임 유무에 대해 다퉈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