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속 빈 강정’ 같은 금융권 일자리 성적표를 내놨다. 금융위는 개별 은행 취업 지표 대신 금융권 전체 취업자 규모와 은행업권 직접 채용 규모만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확한 은행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 분석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자리 압박’ 등 관치 금융 논란을 피하고 업계의 비공개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금융권 일자리 현황을 분석한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업 일자리 대응방향’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 안에는 애초 금융위가 계획한 개별 은행별 취업자 수와 일자리 창출 기여도 등 주요 내용이 모두 빠졌다. 대신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기준 금융권 취업자 수와 은행업권 직·간접 취업자 숫자만 공개했다.
금융위는 6월 금융권 일자리 창출 실태를 조사해 8월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들은 “사실상 일자리 압박”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금융위 역시 ‘금융당국이 일자리 창출을 강요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이날 발표에는 개별 은행 일자리 창출 효과와 전체 은행 일자리 창출 기여도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세훈 금융정책국장은 “개별 은행 평가는 방법론상 한계가 있었다”며 “여러 가정이나 결과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고, 공신력 있는 평가 결과를 갖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여러 의견을 고려했을 때 전체적인 분석 결과만 참고하고 개별 평가는 따로 측정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결론지었다”고 했다.
또 현재 은행권 취업현황에 대해서는 “전체 고용인원은 감소 추세지만 비관적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동남아 진출 은행의 수익이 늘어나고, 인터넷은행과 오픈뱅킹 등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금융업 고용이 반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이날 발표한 은행권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 직접 고용인원은 10만1000명, 연관산업 고용인원은 3만1000명으로 조사됐다. 직접 고용인원 규모는 지난해와 동일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 감소 추세지만,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6088명을 신규 채용해 2017년(4748명)보다 신규 채용 규모는 증가했다.
한편, 금융권 전체 취업자 수는 올해 9월 기준 80만9000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취업자는 83만 명으로 은행 12만4000명, 비은행 26만 명, 설계사와 모집인 44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권은 비대면 거래가 증가해 전통 판매 채널 인력 수요는 감소하고, IT 전문인력 중심으로 금융사 인력 수요 구성이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