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임상연구에서 한의학 난임치료 효과가 인공수정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사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연구 결과 발표를 연구자에게 떠넘겼다.
김동일 동국대 교수가 2015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해 14일 발표한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대상 난임여성 90명 중 13명이 임신했고, 이 중 7명이 12주 이상 임신을 유지해 출산까지 완료했다.
김 교수는 난임 전문 치료기관(의과)으로부터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받고 월경기간을 제외하고 주 2회 이상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만 22~44세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10명은 연구기간 중 중도이탈하고, 90명이 연구 종료 시까지 치료를 받았다. 연령군(20대 5명, 30대 80명, 40대 15명)은 2012년 난임부부 지원사업과 근사하게 구성했다.
김 교수는 온경탕 및 배란착상방 복용, 침구치료를 병행해 4개 월경주기 동안 치료를 하고, 3개 월경주기의 관찰기간까지 총 7주기 동안 임신 결과를 관찰했다. 임신이 확인된 대상에 대해선 배란착상방을 15일간 추가 복용하도록 했다. 연구계획서에 대해선 동국대, 경희대, 원광대 등 3개 한방병원에서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심의와 승인을 받았다.
연구 결과 90명 중 13명이 임신하고, 이 중 7명이 만삭 출산했다. 치료 완료 대상자들의 임상적 임신율과 착상률은 14.4%였다. 이는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보고서’에서 발표된 체외수정 임신율(30.2%)보다 낮지만, 인공수정 임신율(13.9%)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유산 사례자는 비교적 연령대가 높고, 선행치료 경험이 많아 상대적으로 가임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치료비용은 한약·침구치료 1주기 평균값이 56만7000원, 4주기 동안은 226만2000원이었다. 연구 대상자들은 과거 의과 난임치료에서 평균 295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유의미한 연구 결과에도 복지부는 발표와 책임을 모두 연구자 개인에게 떠넘겼다. 처음 연구 결과 발표회를 계획했던 한의약정책과는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손을 떼고, 복지부는 청사시설 내 발표를 불허했다. 내부에서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가 결정됐고, 모집단 표본이 90명에 불과하고, 연구 결과가 복지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정황은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을 우려해 급하게 입장을 튼 모양새다. 의협은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한방난임사업 중단을 요구해왔고, 추나치료 건강보험 적용 등 한의약에 대한 일체의 정부 지원을 반대해왔다. 복지부로선 한방치료 효과를 홍보하는 데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한의계와 의료계의 정치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