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지식자본 투자가 늘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하반기 경제전망’에 첨부된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 및 변화요인 분석(오지윤·엄상민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2만4633개(2018년 기준) 외부감사대상 비금융법인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 들어 하락세를 보이다 2000년대 들어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법인 부가가치 대비 피용자 보수의 비율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하락한 전체 노동소득분배율 추이와 대조적이다. 연구진은 자영업자의 실제 부가가치를 시계열로 추정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해 이번 보고서에선 재무자료와 장기 시계열이 존재하는 외부감사대상 비금융법인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전체 노동소득분배율, 국민계정 비금융법인 노동소득분배율과 차이도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특히 노동소득분배율 기준 상위 25% 법인과 하위 25% 법인은 1987년부터 2017년까지 노동소득분배율 격차가 15%포인트(P) 이상 벌어졌다. 연구진은 “외환위기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 비제조업 중소기업의 진입 등으로 기업 생태계가 다양해지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의 편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규모별로는 100인 미만 비제조업에서 급락세다.
연구진은 노동소득분배율 변화의 요인으로 지식자본의 성장에 주목했다. 실증분석 결과, 유형자본(기계류)이 1% 증가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0.13%P 상승했으나, 지식자본(소프트웨어)이 1% 늘면 노동소득분배율이 0.01%P 하락했다. 1990년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도 지식자본 투자로 설명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식자본 투자 비중은 1990년대 3배 이상 확대됐다.
100인 미만 비제조업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급락한 건 이들 법인에서 노동 대체효과가 큰 지식자본 투자가 1990년대 들어 급격히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노동소득의 절대적 감소를 뜻하는 건 아니다. 지식자본 투자로 생산이 늘어나면 고용과 노동소득도 함께 늘어난다. 단지 지식자본 투자에 따른 생산(부가가치) 증가율에 비해 노동소득 증가율이 낮으면, 모수인 법인 부가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오 연구위원은 “그러면 지식자본을 투자함으로써 자본소득도 올라가고, 노동소득도 올라가는 거니까 그 자체로는 나쁜 게 아니다”며 “그 격차는 나중에 사후적인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언정, 지식자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노동소득분배율이 오르거나 내리는 현상 자체로는 후생효과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변동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동소득분배율 변화가 위 분석처럼 지식자본 투자 등 기술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경제 전체의 후생이 증가하지만, 진입장벽과 같은 시장 왜곡에 따른 것이라면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