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코드명 ‘프로젝트 나이팅게일(Project Nightingale)’을 통해 개인 건강데이터에 접근, 거대한 헬스케어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지려 한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내부문서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미국 2위 헬스케어 시스템 업체인 어센션(Ascension)과 제휴,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을 비밀리에 시작했다. 나이팅게일이 취급한 데이터에는 환자 이름과 생년월일, 검사 결과와 의사 진단 내용, 입원기록 등이 포함됐다고 WSJ는 전했다.
어센션은 가톨릭 계열의 비영리 의료법인이며 2600개 병원과 기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어센션은 환자 치료방법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고 기존 전자의료기록 시스템보다 더 개선된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구글과 손을 잡았다고 WSJ는 전했다.
구글은 환자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합적인 의료 검색 도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을 주도한 구글클라우드의 타리크 쇼캇 사장은 “헬스케어 부문에서 우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를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구글과 어센션 모두 환자나 의사에게는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21개 주에 있는 어센션 시설에서 정보를 수집했으며 최소 구글 직원 150명이 수천만 명 분의 환자 데이터 대부분에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과 과학 연구 부문인 ‘구글 브레인’ 일부 직원이 환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내부 자료에서는 어센션 일부 직원이 데이터 수집과 공유 방법에 대해 기술과 윤리적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은 이런 환자 정보 수집이 불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96년 제정된 연방법인 ‘의료보험의 상호 운용성과 설명 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정보가 헬스케어 기능 수행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쓰이기만 한다면 병원이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기업 파트너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대체로 허용된다.
구글은 수집한 정보를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설계에 이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구글은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이 미국 연방 헬스케어 법을 따르고 있다”며 “환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견실한 조치도 취했다”고 해명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구글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아마존닷컴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실리콘밸리 대기업도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이렇게 환자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한 것은 구글이 처음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구글 산하 유튜브는 아동 개인정보 불법 수집 혐의로 지난 9월 1억7000만 달러(약 198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합의했다.
구글이 지난주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빗을 2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미국 정치권에서 다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의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은 “구글이 핏빗 인수로 미국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확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