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여성 직렬 정년 만 43세 규정, 남녀고용평등 위반 소지"

입력 2019-11-10 09:00 수정 2019-11-1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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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만 채용한 직군의 정년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만 43세로 규정한 것은 양성평등에 위반되는 만큼 무효로 봐야 한다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공무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A 씨 등은 국가정보원 기능 10급 공무원으로 공채돼 행정보조 직군으로 입력작업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행정보조 직군에 전산사식 직렬이 신설되면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다 폐지되자 1999년 의원면직된 뒤 계약직으로 다시 임용됐다.

이들은 2008년 국가정보원 계약직 직원규정에서 정한 전산사식의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세에 도달했고, 국정원장이 별도로 정한 후속처리지침에 따라 2년 더 근무하다가 2010년 퇴직했다.

A 씨 등은 “여성들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입력작업 등 직렬의 경우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규정하고, 남성들만 종사하는 영선, 원예의 경우 만 57세로 규정해 양성평등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근무상한연령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계약기간 만료로 퇴직 처리된 것이더라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전산사식 직렬에 주로 여성이 근무하고 있긴 했으나 근무상한연령 규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안전 직렬의 경우 만 30세로 매우 낮은 상한이 규정돼 있고, 간호사, 영양사의 경우는 만 57세의 연령상한이 규정돼 있기도 하다”며 양성평등에 반하는 위법한 규정이라 단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 씨 등이 무기 계약직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2심도 “계약직 공무원으로서 계약기간 만료에 의해 퇴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계약직 공무원은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ㆍ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국가정보원장이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사건 연령 규정은 강행 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11조 1항과 근로기준법 6조에 위반돼 당연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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