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법관들 '멘토-멘티'…문혜정 부장판사 "여성관계법연구회, 고민ㆍ감정 공유"

입력 2019-11-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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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여성관계법연구회장(중앙지법 부장판사)
▲문혜정 여성관계법연구회장(중앙지법 부장판사)
"여성 법관들에게 의미있으면서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올해 목표였다."

서울중앙지법 소속 78명의 여성 판사가 모인 여성관계법연구회가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3월 회장으로 추대된 민사합의20부 문혜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는 여성 법관들이 일터에서 맘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문 부장판사는 연세대 법학과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부 황기선(25기) 부장판사와 '부부 판사'로도 유명하다.

여성관계법연구회는 1998년 전효숙(7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부장판사로 일하던 시절 만든 학회다. 현재 전국 여성 법관들이 대부분 소속돼 있는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의 전신이다. 노정희(19기) 대법관이 여성관계법연구회장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이수영(24기) 부장판사가 회장을 맡았다.

여성관계법연구회는 문 부장판사를 회장으로 추대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했다. 연구회 회원들은 여성으로서 올해 처음 서울중앙지법에 우라옥(23기) 수석 부장판사가 배출되면서 '맏언니' 역할을 해왔다고 입을 모은다. 소통을 중시하는 우 수석 부장판사의 영향으로 학회는 물론이고 여성 법관들의 모임이 다시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문 부장판사는 여성법관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달 29일에는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인 서울중앙지법 문유석 부장판사를 초청해 '대중문화 컨텐츠와 젠더 이슈'에 대해 강의를 듣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김영민 서울대학교 교수가 '나는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9월에는 '퍼스널 칼라 진단' 컨설팅을 진행했다.

문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수많은 당사자와 재판관계인을 만나는데, 우리 자신의 이미지를 찾아감으로써 조금 더 밝고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선후배 법관들이 함께하는 '멘토-멘티' 제도도 조직을 재정비해 올해부터 다시 운영한다. 전체 10개조로, 1개 조당 부장판사를 중심으로 7~8명씩 편성됐다. 문 부장판사는 "선배와 후배가 서로를 통해 배워가고, 여성 법관들만의 고민과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그 해결책까지 논의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여성 법관 비중이 30%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 평판사(경력 15년 이하) 이후 여성 법관들의 기반은 취약한 상황이다.

문 부장판사는 "앞으로도 여성 법관들이 공통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 가정과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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