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 하강과 부동산 규제 등의 여파로 내년 집값이 올해보다 0.8%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건설 경기는 6년 만에 최저점으로 떨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0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0.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 경기 여건도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정부도 공시가격 현실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잇단 규제로 집값을 누르고 있다.
집값 하락 폭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내년 집값이 수도권에선 0.3% 떨어지는 데 그치지만 지방에선 1.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매 수요가 서울 등 수도권에 쏠리고 있지만 정부 규제로 수도권 주택 공급량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반면 공급 과잉과 경기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에서는 집값 하락 폭이 클 것으로 김 부연구위원은 내다봤다.
그는 내년 전셋값은 올해보다 1.0%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1.9% 하락이 예상되는 올해보다는 하락 폭이 줄 것으로 점쳐졌다. 매매가 하락으로 전세시장의 매력이 커지는 데다, 3기 신도시 분양 대기 수요도 전세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2만7000여 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올해 공급 추산량(3만 가구)보다 3000가구가량 적다.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올해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건설 경기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수주액이 올해 154조5000억 원에서 내년 140조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6년 만에 최저치다. 사회간접자본(SOC), 도시재생 등 공공 수주는 늘었지만 주택을 중심으로 한 민간 수주가 큰 폭으로 줄어서다.
국내 건설 수주액은 2016년 164조9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림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 투자 역시 270조8600억 원에서 260조500억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생활 SOC, 도시재생사업 등을 최대한 조기에 추진하고, 동시에 주택을 중심으로 한 민간부문의 건설 경기 급락도 충분히 완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