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대화를 통해 양국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원칙을 확인했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정상들과 환담을 나눴다. 이후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옆자리로 인도해 오전 8시 35분에서 8시 46분까지 11분간 단독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도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으며,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두 정상 간의 만남은 사전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즉석 환담이었다. 문 대통령이 출발하기 직전까지 공식 일정에 잡혀 있지 않았고, 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날 갈라 만찬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지만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악수를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회의장에 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발견한 뒤 먼저 다가가 옆자리로 데려오면서 극적으로 대화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별도 만남을 가진 것은 작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의 정상회담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반면 일본 언론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아베 총리가 태국 방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환담을 하면서 한일 청구권협정을 준수하라는 일본 측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두 정상이 통역만을 대동하고 1대 1로 약 10분간 접촉했다며 아베 총리가 한국 측에 한일청구권협정을 준수해 양국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며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국제법에 명확하게 위반되므로 한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일본의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환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