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S 화재를 둘러싼 ‘도시괴담’

입력 2019-11-04 14:54 수정 2019-11-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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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이젠 이런 루머까지 들린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보험금을 노린 태양광발전소 운영업자들의 자작극이라는 소문이다.

태양광발전은 미래 유망사업인 만큼, 정부가 여러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목돈이 있는 퇴직자들은 이를 믿고 투자를 감행한다. 하지만 막상 시설을 지어보니 수익성은 저조하기만 하다. 운영비를 보전하기도 쉽지 않은 영세 발전소들이 수두룩하다.

“에라~, 돈도 안 되는 것 불이나 질러서 보험금이나 타 먹자”며 홧김에 불을 지른 것이 최근 잇따른 ESS 화재의 원인이라는 괴담이다.

이런 루머의 근간에는 ESS와,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일반 대중의 막연하고도 과열된 관심과 투자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여느 도시괴담들이 그렇듯, 이런 루머들은 불확실성만을 높일 뿐이다. 더구나 화재라는 위험한 재해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런 낭설들은 대중에게 큰 불안감을 조성한다.

도시괴담을 근절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사실을 확인하면 된다. 멈출 줄 모르는 ESS 화재에 대해서도 명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과학수사의 핵심 전력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이렇다 할 확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타버린다. 형체가 없어져 버린 증거물에서 화재 원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답답했던 정부도 직접 나섰다. 이번에는 유사실험이다. 배터리 전문가들을 불러모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문제는 변수들이었다. 최대한 화재 당시의 상황에 맞춘다고 했지만, 모든 변수를 고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첫 ESS 화재가 발생한 지 2년도 넘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끝까지 원인 규명을 못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괴담이 생명력을 얻기 딱 좋은 환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ESS에 대한 루머는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퍼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신산업을 루머에 묻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원인을 찾아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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