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입력 2019-11-05 18:00 수정 2019-11-0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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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유통바이오부 기자
▲안경무 유통바이오부 기자

“죽겠다. 다른 데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힘들다.” 국내 굴지의 제과업체 관계자는 최근 업황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제품 가격이 싸고 중요도가 낮은 제품 특성상 과자는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유통채널의 중심은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고 출산율도 떨어져 주소비층인 아이들마저 줄고 있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렇다면 신제품 개발, 신시장 개척 등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투자하기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냥 지켜보고만 있겠다는 거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제삼자의 주제 넘는 소리 같아서 하지 않았다.

사회적 변화의 파고 속에서 한우물만 파온 기업의 고민을 보면서 20년 전 두산그룹이 연상됐다.

1990년대 후반 두산그룹은 주류, 식음료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 달하는 소비재 회사였다. 이 회사는 IMF 전후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간판 계열사인 오비맥주 매각을 결정했고, 이내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ㆍ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ㆍ밥캣 등을 인수하며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그룹 모태인 주류 사업 매각은 안된다”던 임직원들에게 “두산이라는 이름이 다음 세대로 가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업(業)은 중요하지 않다”고 일갈했던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오늘날 두산그룹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과업체인 오리온의 물 시장 진출 소식은 '굿뉴스'로 들린다. 오리온은 이달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 ‘오리온 제주용암수’를 출시한다. 국내 시장의 경영 악화를 타개할 새로운 카드로 ‘물’ 사업을 꺼내든 것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으로 오랜 기간 중국에서 다져놓은 영업망과 ‘제주’의 긍정적 이미지를 통해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물 시장은 2020년 3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온이 계속 제과업체로만 남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두산을 비롯한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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