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기업에 투자를 늘리라고 주문하지만 오히려 기업 투자·경영 부담을 높이는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결국 기업들이 투자가 용이한 해외로 떠난다면 국내 산업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경기 침체 속에 확대되고 있는 정부의 규제에 대해 29일 재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각종 경제변수가 출렁이면서 국내 산업계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불만과 우려를 쏟아냈다.
정부는 손자회사 공동출자 금지 등 지주회사 규제 강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확대, 민간기업 사외이사 자격 요건 금융회사 수준으로 강화 등 각종 기업 규제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규제에 재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도한 규제는 결국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저성장, 저수익률 상황에서는 투자를 이끌어낼 수 없고, 투자를 없는 경제에서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업들의 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로 전환된 작년 2분기(-4.2%) 이후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투자도 전년보다 2.9% 줄면서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 같은 투자 부진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보호무역주의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는 등 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된 것이 주요인이지만 정부의 규제가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재계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이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 보니 기업 사내유보금만 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95곳의 ‘2018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현금보유액은 총 248조38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업 투자는 생산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등 국가 경제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신산업과 새로운 시장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를 약속해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외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했지만, 말뿐 적극적인 움직임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현재 외국으로 나가는 기업투자 많은 상황에서 또다시 규제 완화한다고 해놓고서 다른 쪽에서 강화하면 기업 투자는 더욱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온탕냉탕을 왔다 갔다 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버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