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에 안착하며 4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도 나흘째 떨어지며 1060원대를 기록했다. 역시 6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는데다, 이번주로 예정된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내년초까지 연장된 것도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수급적으로는 역외세력의 롱스탑(달러매수 포지션 청산) 물량이 쏟아졌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서 리스크 선호 현상이 확산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S&P500지수는 3040선에 바싹 다가서며 역대 최고치를 보였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달여만에 1.8%대로 올라섰다. 위안화도 강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원·달러는 11월 중 115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번주로 예정된 FOMC 결과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당분간 원·달러는 1155원에서 1175원 사이를 오갈 것이란 전망이다.
1168.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69.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7.0원이었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9.39원(0.87%) 떨어진 1067.12원을 기록했다. 이는 5월8일 1063.0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폭도 11일(11.38원, 1.02%) 이후 가장 컸다.
역외환율은 이틀째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67.7/1168.0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2.05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전체적으로 다양한 통화에서 리스크 선호적인 가격 움직임이 나타났다. 최근 종가기준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1170원 마저 장중 터치하지 못할 정도였다. 역외 롱스탑도 많았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는데다 브렉시트 관련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미국채 10년물도 1.8%를 회복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 모두 전형적인 리스크 선호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달에라도 원·달러는 1150원대도 충분히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원·달러가 개장후 줄곧 하향흐름을 보였다. 위안화 등 여타통화도 많이 떨어졌다. 이번주 예정된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미중 무역협상 관련 낙관적 소식들, 1차 합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계속되고 있다. 브렉시트도 3개월 연기되면서 당분간 나쁜 소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주 목요일 새벽으로 예정된 FOMC가 일단 가장 큰 이벤트다. 인하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관심은 추가 인하에 대한 힌트나 경기에 대한 평가로 쏠리고 있다. 추가 힌트가 없거나 경기가 괜찮다는 진단이 나올 경우 원·달러는 반등할 수 있겠다”며 “오늘 원·달러가 많이 하락해 역외에선 오히려 오를수도 있겠다. 원·달러는 당분간 1155원에서 1175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09엔(0.08%) 상승한 108.97엔을, 유로·달러는 0.0001달러(0.01%) 하락한 1.1089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89위안(0.12%) 하락한 7.0547위안을 기록 중이다. CNH는 장중 7.0518위안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고시환율을 0.0145위안(0.20%) 내린 7.0617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8월26일 7.057위안 이후 2개월만에 최저치(절상)며, 지난달 16일 0.0189위안(0.27%) 절상이후 한달보름만에 최대 하락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