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안에 인공지능(AI)에 대한 정부의 국가전략를 제시하고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데뷰(DEVIEW) 2019’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데뷰’는 네이버가 매년 주최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콘퍼런스로, 이 분야 스타트업의 데뷔 무대이자 최신 기술 교류의 장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적 우위를 갖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 축적된 데이터 등에 기반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AI 발전은 과학기술 진보를 넘어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명”이라며, “스타트업에 정책자금을 집중하고 혁신의 산업생태계 조성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실현토록 분야별 장벽을 허물고 포괄적 네거티브규제로 전환하며, 기업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 자신 있게 투자하고 빠르게 수익을 내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7월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I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정부 또한 AI 인력·예산 확대, 조직 신설, 관련 대학 및 대학원 설립 등 육성책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정부예산안에도 ‘DNA(데이터·5G 네트워크·AI)’ 예산이 올해보다 50% 늘어난 1조7000억 원이 배정됐다.
AI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016년 3월 구글의 바둑AI인 ‘알파고’가 충격을 가져온 이래 전 세계적인 AI 붐이 일었고, 주요국들이 전략적으로 기술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태다. 이미 AI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에너지·환경 관리, 헬스케어 등의 미래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핵심요소이자, 교육·의료·법률·공공서비스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고용구조, 국가사회 전반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한국은 글로벌 경쟁구도에서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육성전략과 대규모 투자로 선도국가로 올라섰고, 일본·독일 등이 뒤따르고 있다. 우리도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으나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지속적인 실행수단이 부재했다. 게다가 말로만 AI를 내세웠지,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자원 구축과 개방·활용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처리마저 국회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이해집단의 기득권에 밀려 AI와 기존산업의 융합을 통한 신산업 및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들도 수없이 많다. 이런 규제환경에 대한 종합진단을 통해 걸림돌부터 전면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AI 강국 전략도 결국 공염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