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엄중함을 느끼고 있다"며 현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월ㆍ불용예산을 줄여 연내 집행하면 '제2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재정 운용 계획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글로벌 경제성장률이나 교역 증가율을 따져볼 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는데 대외적 글로벌 경제 둔화가 좀 더 크다"며 "그것의 탓으로 다 돌릴 수는 없고 국내 경기 자체가 하강 측면에 있는 것과 인구구조적 문제, 소비패턴 변화, 산업구조 변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내 투자와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일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도 없지 않다.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우리의 제1위 수출국인데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이 처음으로 6% 미만인 5.8%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듯 하다"며 "미중 무역갈등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교역 파트너 1, 2위라 이 갈등에 따라 우리 수출이 감소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활력이 원래 민간에서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건설투자를 포함한 민간투자가 6분기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그래서 국내 내수적, 투자 측면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그나마 다른 투자나 수출 변수보다 국내 소비는 비교적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가는 게 다행"이라며 "소비는 내년에도 그 정도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어려운 경제 상황의 해법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지지난 주 IMF·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가서 G20 회의도 참가했는데, 세계 전체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금융 기조로 처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에 대해 대개 비슷하게 경제전망을 하면서 한국만 올려서 전망했기에 (IMF와 WB에) 물어보니 둘 다 공통 답변이 '한국이 선제적 확장 기조, 재정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전망의 큰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며 "재정 여력 범위 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홍 부총리는 또 "우리가 재정을 투입하지만 최근 한국은행도 금리를 두 번에 걸쳐 마침 하향 결정을 해서 재정ㆍ금융 정책이 조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며 "병행적으로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분기 정부 소비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홍 부총리는 "매년 4분기 예산 중 다음연도로 넘어가는 이월ㆍ불용예산이 상당한데 올해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모든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 연내 집행하기 위해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낭비적으로 억지로 쓰라는 게 아니라 집행 절차를 나태하게 해서 다음연도로 넘어가는 일은 없게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8월 초 추경을 해서 9월 말까지 절반 정도 집행했고 나머지는 4분기에 집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고 봤다. 이 총리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위기'의 개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도 "엄중하다고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확대재정 기조 비판에 "지금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마저 위축되면 그 부담이 오히려 미래에 갈 것"이라며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돼있고 그게 축적돼있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현재 상황이 엄중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미래에 예측하지 못한 정도의 급격한 변화가 닥치고 있어 재정이 역할을 해서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