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정부의 상황 인식과 금융안정에 치중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작심 비판했다.
KDI는 이날 발표한 ‘최근 물가 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이나 경기안정을 일차적 목표로 삼아 수행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실질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반대 방향으로 조정된 것은 통화정책이 물가와 경기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저물가 원인에 대해선 ‘공급 충격에 수요 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다수 품목에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공급 측 요인과 정책적 요인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 것과 상반된다.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공급보단 수요 측 요인에 무게를 실었다.
KDI는 “금융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 상승률 하락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것을 제약할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이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가계부채 관리나 자본 유·출입 관리 등 금융안정은 금융규제, 외환규제와 같은 다른 수단이 존재하지만, 물가안정은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으로는 달성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물가안정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