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로 격동의 8년...그가 남긴 유산은?

입력 2019-10-24 16:25 수정 2019-10-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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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에서 구해 유로존 붕괴 막아…‘드라길라 백작’ 비난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14년 11월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 도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그는 이달 말을 끝으로 ECB 총재에서 물러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14년 11월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 도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그는 이달 말을 끝으로 ECB 총재에서 물러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달 말을 끝으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배턴을 넘기고 퇴임한다.

드라기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할 ECB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격동기 8년간 그가 남긴 유산을 되짚어봤다.

드라기는 종종 자신의 이름과 같은 닌텐도 게임 등장 캐릭터인 ‘슈퍼마리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드라기 총재는 슈퍼마리오와 그다지 닮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유럽 재정위기라는 아주 어려운 시기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구했다는 경외를 담아 이 별명을 종종 부른다.

드라기가 ECB 총재에 취임했던 2011년 11월 유럽 재정위기는 이미 한창 진행 중이었다. 특히 취임 당시 위기가 가장 격렬해 많은 사람이 유로존 분열을 확신했다. 그리스는 유로화를 포기하기 일보 직전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다른 유로존 국가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심각한 부채 상황을 더욱 걱정했다. 이들 국가들 중 하나라도 치명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유로존에서의 탈퇴가 일어났다면 유로화 시대가 막을 내릴 수도 있었다.

시장의 압력이 극심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차입 비용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양국이 유로화를 포기하고 가치가 없는 자국 통화를 복원해 빚을 갚을지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순간 드라기가 개입했으며 이는 아마도 ECB에서 그의 재임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2012년 7월 영국 런던 연설에서 드라기는 “ECB는 위임받은 권한 안에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나를 믿어라. 조치는 충분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후 드라기 총재가 발사한 ‘바주카포(대규모 통화완화 정책)’가 바로 취약국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한다는 ‘전면적 통화거래(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OMT)’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차입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었다.

BBC는 ECB가 실제로 이런 국가들의 국채를 사들이는데 단 한 유로도 쓰지 않았다며 단지 으름장을 놓는 것만으로 시장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들이 금융자산을 매매하는 것은 종종 ‘공개시장조작’으로 불린다. 드라기가 한 일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덜 공식적이지만 구두로 개입하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다.

8년간 드라기가 겪었던 또 다른 난제는 물가상승률을 ECB 목표인 2%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ECB는 드라기의 리더십 아래 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바로 양적완화였다. 양적완화는 OMT와 약간 비슷한 점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차입 비용 문제가 있는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CB가 보유한 국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국채다.

ECB는 주요 정책금리 중 하나도 마이너스로 내렸다. 일부 중앙은행들도 이렇게 했지만 유로존은 사실상 일부 차입자들이 오히려 돈을 받게 되는 이상한 마이너스 금리 세계로 들어간 곳 중 가장 경제규모가 크다고 BBC는 강조했다.

그가 남긴 유산 중 가장 큰 것은 경제회복이다. 유로존 경제는 2013년 2분기 이후 지금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금도 많은 경고 신호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ECB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고 독일은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통화정책, 금리와 양적완화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한편 독일은 드라기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나라다. 독일은 유로존에서 가장 건전한 자국의 돈을 풀어 다른 나라에 퍼주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ECB의 저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예금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최근 드라기 총재를 흡혈귀인 드라큘라 백작에 빗대 ‘드라길라 백작’이라고 비난했다.

독일은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는데 이는 1920년대 초 하이퍼 인플레이션 경험에서 비롯됐다.

결국 드라기가 남긴 유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조만간 리세션이 일어날 수 있는데 ECB는 대응할 화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드라기가 취임했을 때 미래는 매우 불확실했으나 현재 그 어떤 나라도 유로존을 떠나지 않았다고 BBC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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