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빼어난 경영 실적과 공고한 리더십을 통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허 행장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나머지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 폭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24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허 은행장을 재선정했다. 국민은행장은 다음 달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를 거쳐 은행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2017년 임기를 시작한 허 행장의 임기는 내달 20일까지다. 행추위에서 최종 승인을 하면 내년 11월까지 직무가 연장된다.
대추위 관계자는 “허 행장은 국내외 영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하고 탄탄한 경영 성과를 달성했다”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특유의 적극적인 소통과 화합의 경영으로 사람 중심의 조직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3분기 실적은 주춤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한 3분기 순이익은 7016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2% 줄었다. 다만, 대손충당금 환입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오히려 3.6% 늘었다.
국민은행의 올 연간 누적 순이익은 2조272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허 행장이 윤종규 KB금융 회장에 이어 국민은행의 수장을 맡은 2017년 2조1747억 원에 비하면 4.5%(973억 원) 성장한 것이다.
디지털 혁신을 강조한 허 행장은 모험적인 비지니스 모델에 공을 들였다.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가상이동통신망(MVNO, 알뜰폰)서비스 ‘리브 M’을 이달 출시한다.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해 알뜰폰 업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금융상품과 연계해 차별화된 요금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디지털 무인점포도 허 행장이 시도하는 혁신이다. 28일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교대역 인근에 무인점포도 개설한다. 파일럿 형태로 시범 운영할 예정이고, 추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그룹의 염원인 ‘리딩뱅크’ 도약이 최우선 과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평소에도 “CEO는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리딩뱅크 탈환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행장의 연임이 가시화되면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CEO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의 임기는 12월까지다. 이들은 2년 임기를 채웠다. 대추위는 다음 달 추가 회의를 통해 이들의 거취를 결정한다. KB금융 내부에선 1년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차례 연임하면서 4년째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대표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