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계속되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불이 붙은 반미(反美) 정서와 홍콩 시위로 고조된 중국 내 애국주의 물결이 미국 브랜드들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브랜드들에 이미 중국은 잘못 밟으면 터지는 ‘지뢰밭’이 됐다. 미국프로농구(NBA)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발언 이외에 미국의 패션 브랜드 코치와 캘빈클라인은 자사의 홈페이지와 제품 등에 홍콩을 ‘국가’로 표시했다가 중국인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에 더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애국 소비’가 더해지면서 미국 브랜드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과거 이른바 ‘중국 엘리트’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서구 브랜드들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애플마저 화웨이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핵심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플의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5.8%를 기록했다.
실제로 중국 동부 칭다오에 사는 엔지니어 지유 선 씨는 “애국심이 화웨이 휴대폰을 구입하게 된 큰 이유”라면서 “중국 내 브랜드에 대한 지지를 촉진하는 많은 온라인 기사를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애국심뿐만 아니라 화웨이 휴대폰의 품질 자체도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용밍수 씨 역시 중국산 비보 휴대폰을 예로 들면서 “모든 조건이 같다면 외국산보다는 중국 브랜드를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증폭된 국가적 자부심은 이러한 ‘애국 소비’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프로펫은 최근 중국 최고 인기 브랜드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지 영웅들이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프로펫이 1만3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화웨이와 드론 제조업체 DJI테크놀로지는 중국 현지에서 이미 애플, 나이키 등 미국 간판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화웨이와 알리바바의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가 최상위 브랜드로 꼽히는 등 중국 브랜드가 상위 50개 중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토종 브랜드’들의 질주가 본격화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시점에 화웨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반면 2012년만 해도 11%였던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7%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최대 고량주 업체 구이저우 마오타이(貴州茅台)의 주가는 1년 새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캐나다구스의 경쟁사인 중국 의류업체 보시덩인터내셔널 역시 지난해 주가가 200% 이상 뛰었다. 캐나다 정부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를 구금한 후 중국 소비자들이 보시덩 제품으로 돌아선 까닭이다.
중국 내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분위기는 당장 내년부터 미국 기업에는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미국에게 중국은 거대한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중 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약 1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미·중 경제위원회에 따르면 나이키, 애플, 제너럴모터스(GM)와 같은 기업들은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실적 전망을 상향하기도 했다. GM의 경우 현재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들은 지난 2016년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였던 것처럼 중국의 자국 제품 선호가 미국 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불매 운동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롯데쇼핑,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