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혼밥 중] 회기동서 찾은 멕시코의 맛…부리토 맛집 ‘부스부리또’

입력 2019-10-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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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토의 'B', 작은공간을 뜻하는 부스(booth)에서 가게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부리토의 'B', 작은공간을 뜻하는 부스(booth)에서 가게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진 ‘칸쿤(Cancún)’은 멕시코에 있는 섬이다. 멕시코 본토와 달리 영어가 일상처럼 쓰여 멕시코 땅인지 의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의 음식들은 뿌리가 멕시코라는 것을 말해준다. 멕시코 전통음식 ‘부리토(Burrito)’도 그 중 하나다.

부리토는 토르티야라고 불리는 얇은 밀가루(또는 옥수숫가루) 반죽을 빈대떡처럼 만들어 속에 채소나 고기를 넣고 싸 먹는 음식이다. 쇠고기와 닭고기, 생선, 쌀, 콩에 양파나 마늘, 양상추를 넣고 소스를 더하면 된다. 한국에서도 맥주 안주로 파는 술집이 많아져 생소한 음식은 아니다.

▲부스부리또 가게 정문.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앞 건물 2층에 있다. 밖에서도 가게 간판이 보인다.  (홍인석 기자 mystic@)
▲부스부리또 가게 정문.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앞 건물 2층에 있다. 밖에서도 가게 간판이 보인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시립대 맛집 ‘부스부리또’…내 마음대로 맛있게, 든든하게

청량리역과 회기역 사이에 있는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앞에는 부리토로 유명한 집이 있다. ‘부스부리또’는 식사용으로 부리토를 판매하는 곳이다. 멕시코의 전통음식에 한국의 맛과 감성을 살짝 더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정오가 되기도 전에 자리가 꽉 찰 정도. 혼밥족도 제법 눈에 띈다.

이곳의 부리토는 ‘선택해서 먹는’ 맛이 있다. 고기부터 맵기, 토핑까지 내 마음대로 조합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매운’ 맛으로 부리토를 맛보며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고기를 안 좋아하거나 채소만 먹는 사람을 위해 소고기, 닭고기 대신 콩을 넣으면 된다. 케사디아, 감자튀김도 판다. 선택의 폭이 넓다.

▲정오가 되기 전 사람이 가득찼다. 주문한 음식이 빨리나오는 편이라 식사 시간에 쫒겨도 문제가 없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정오가 되기 전 사람이 가득찼다. 주문한 음식이 빨리나오는 편이라 식사 시간에 쫒겨도 문제가 없다. (홍인석 기자 mystic@)

대학가인 만큼 값은 저렴하다. 고기와 토핑으로 가격이 산정된다. 닭고기는 4000원, 소고기는 4500원이고 섞으면 4300원이다. 토핑은 500원에서 1000원 사이. 콩과 할라페뇨부터 소시지, 튀김 새우까지 무려 10가지 종류다.

가격을 보고 양이 적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단 하나를 먹어도 배부를 정도다. 평범한 성인 남성인 기자가 부리토 하나와 이온음료를 마시니 든든한 포만감과 함께 졸음이 몰려왔다. 주위 남자 손님들도 두 개를 먹는 사람이 없었다. 혹시 자신이 대식가라면 점보 크기를 주문하면 된다. 단돈 1000원만 더 내면 양껏 먹을 수 있다.

▲기자는 토핑으로 소시지를 선택했다. 토핑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부리토를 맛볼 수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기자는 토핑으로 소시지를 선택했다. 토핑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부리토를 맛볼 수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밥이 많아서 좋아…내용물 떨어지는 것은 신경 써야

부스부리또의 음식은 멕시코 전통 부리토를 한국식으로 살짝 변형했다. 쌀밥의 양이 많고, 양배추 샐러드와 소스가 들어가 '밥버거' 느낌도 살짝 난다. 속이 꽉찼다. 토르티야, 쌀밥, 고기와 양배추가 입안에서 하나의 맛을 낸다.

안에 내용물이 많은 만큼 이따금 떨어질 때도 있다. 입이 작은 사람이라면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손님이 먹고 일어난 자리를 보면 테이블에 쌀이나 작은 고기조각이 꼭 떨어져 있었다. 직원은 손님이 나갈 때마다 행주로 식탁을 닦았다.

▲창가에 마련된 바형 좌석은 총 9석이다. 이밖에 2인용 식탁이 5개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창가에 마련된 바형 좌석은 총 9석이다. 이밖에 2인용 식탁이 5개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혼밥족을 위한 자리…“조금 소란하지만, 식사에 지장 없어”

부스부리또에는 혼밥족을 위한 바(Bar)형 좌석이 마련돼 있다. 물론 이곳에서도 친구와 식사를 할 수는 있지만 대개 혼밥족들이 차지했다. 친구들과 온 손님들은 서로 소통하며 식사하듯 혼밥족들은 창밖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무대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혼밥족이 대체로 선호하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아니다. 카페 정도의 백색소음이 난다. 손님들의 대화 소리,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는 직원의 목소리가 뒤섞여 매장 안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이어폰을 꽂아도 되고, 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식사해도 괜찮다. 백색소음이 집중력을 더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말이다.

혼밥을 하러 온 대학생 정현수(22) 씨는 “소란스러운 느낌은 조금 있다. 아무래도 대학가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식사에 지장이 갈 정도로 시끄러운 것은 아니다. 혼밥하시는 분들도 대체로 비슷한 의견일 것"이라며 웃었다.

▲주방 옆에 '주문 순서'가 붙어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결제는 무인 계산대에서.  (홍인석 기자 mystic@)
▲주방 옆에 '주문 순서'가 붙어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결제는 무인 계산대에서. (홍인석 기자 mystic@)

◇혼밥족을 위한 '팁'

주문은 무인 계산대(키오스크)에서 한다. 첫 방문에 무인 계산대를 마주치면 주문 방법을 잘 모를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부스부리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주문 순서와 방법을 적어놓았다. 처음 가는 혼밥족도 두려울 게 없다.

반납도 스스로 해야 한다. 출입문 근처에 있는 퇴식구에 쓰레기를 버리고 처음 받았던 쟁반을 올려놓으면 된다. 이곳에 물티슈도 마련돼 있으니 입과 손을 정돈하면 좋다.

인근 대학생에겐 가게 위치가 좋지만, 다른 지역의 혼밥족이라면 좀 애매한 위치다. 시립대가 청량리역과 회기역 중간에 있어서다. 두 역을 기준으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총평

맛 ★★★

양 ★★★☆

분위기 ★★★

가게 위치 ★★☆

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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