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자사의 양자컴퓨터로 3분 20초 만에 해결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돼왔는데,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 세계 최초로 그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 사실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가 처음 보도하고, 이날 구글이 자사 블로그와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논문으로 게재하면서 공식화했다.
구글은 ‘시커모어(플라타너스라는 의미)’라는 이름의 양자컴퓨터 칩을 만들어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난수(특정한 배열 순서나 규칙을 가지지 않는 연속적인 임의의 수)를 만드는 계산 문제를 만들어 검증한 결과, 최첨단 슈퍼컴퓨터가 약 1만 년이 걸리는데 대해, 양자컴퓨터는 3분 20초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난수는 암호화 기술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이라 불리는 물리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기존 컴퓨터가 정보를 0 또는 1로 저장하는데 대해, 양자컴퓨터는 ‘큐비츠(Qubits)’라 불리는 양자 비츠를 활용한다. 정보를 동시에 0이나 1로 나타내고 저장할 수 있는 큐비츠의 특수성을 이용해 대량의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계산 횟수가 줄고,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구글은 2013년 양자인공지능연구소를 세우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버라캠퍼스와 협력해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번 실험에 동원된 양자컴퓨터는 53개의 큐비츠를 이용해 슈퍼컴퓨터보다 탁월한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업체들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기업용 양자컴퓨터 시장이 2017년의 6억5000만 달러(약 7600억 원)에서 오는 2025년 58억5000만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트너는 지난해 기업과 정부 등 기관에서 양자컴퓨터를 예산에 할애한 비율이 1%도 안 됐지만 2023년에는 그 비율이 20%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매사추세츠공대(MIT)의 MIT테크놀로지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가 아직 실용적인 용도는 거의 없다. 양자컴퓨터가 유용해지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며 기술적 장벽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는 불과 12초 밖에 날지 못했지만 비행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슈퍼컴퓨터로 주목받아온 IBM은 “구글의 양자컴퓨터 실험이 과장됐다”며 “기존 컴퓨터로도 해당 작업을 이틀 반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번 구글의 실험 결과에 대해 검증 방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들은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것은 컴퓨터 개발 역사에 새로운 일획을 그은 것이지만,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려면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어서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AI)의 계산 및 금융 리스크 예측, 화학 실험 등 폭넓은 용도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