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과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각각 3개월보름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원·달러는 117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원·엔 환율도 1080원을 밑돌았다. 미중간 무역협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한고비를 넘겼다는 인식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달러화 약세가 맞물린 때문이다.
수급적으로도 그간 무거웠던 롱포지션(달러 매수 포지션)에서 손절 내지 정리물량이 쏟아졌다. 저가매수 인식 속에 결제수요도 많았지만 손절물량이 이를 다 받아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오늘의 하락은 다소 의외라고 평가했다. 수급상 결제수요도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 잠식하고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1190원 내지 1200원대는 금융위기가 아니고는 보기 어려운 레벨이라는 인식이 컸었던데다, 미중과 영국과 EU간 협상도 고비를 넘겼다는 인식이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연말로 갈수록 원·달러는 1150원대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1170원을 바닥으로 1190원 내지 1200원을 고점으로 한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1181.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개장가가 장중 최고가였다. 장중 변동폭은 9.1원이었다. 이는 10일 10.9원 이래 가장 큰 폭이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8.25원(0.76%) 하락한 1079.94원을 기록했다. 이는 7월2일 1075.7원 이후 최저치다. 이는 또 11일 11.38원(1.02%) 급락 이래 7거래일째 하락세다.
역외환율은 7거래일연속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78.0/1178.5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2.4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가 비교적 크게 하락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1190원 내지 1200원에선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공통 컨센서스가 있었다. 1200원 위는 금융위기가 아니고는 많이 보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어느 정도 타결되는 국면이다. 지난주 중국 등 경제지표가 좋지 못했는데 리스크오프보단 달러화 약세로 작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GDP나 소비지표 등 실물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글롤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하락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중 무역협상이 해결돼도 안돼도 모두 달러화에 부담이란 인식에 롱스탑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연말까지 1150원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분기에 진입했다. 연말로 갈수록 무거운 롱포지션에 대한 정리물량이 나올 것이다. 현재 미국 지표들이 이전만큼 좋지 않다는 점도 달러화에 부담이다. 이는 곧 아시아통화시장에서 달러화 약세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의외의 장이 연출됐다. 역내 수급적으로도 저점인식에 따른 결제수요가 꽤 많았다. 그런 물량들을 다 소화하면서 원·달러가 하락했다. 하락재료로는 미중간 무역협상이 일정부문 진전된 것과 브렉시트 협상이 최악국면은 지났다는 인식 정도였다”며 “펀더멘털 문제가 부각돼 왔던 그간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의 하락은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시장에서도 비합리성이 합리성을 잠식하는 느낌이다. 원·달러가 1170원을 깨고 1150원선을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1170원을 바닥으로 1190원 내지 1200원의 박스권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오후 4시20분 현재 달러·엔은 0.13엔(0.12%) 오른 108.53엔을, 유로·달러는 0.0016달러(0.14%) 떨어진 1.1152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05위안(0%) 하락한 7.0716위안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