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화학 시설의 오염배출 규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규제가 너무 세졌다는 업계의 불만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17일 석유화학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주부터 석유화학 업체들이 운영하는 ‘납사 크래킹 센터(NCC)’의 오염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NCC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정도와 저감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환경부는 오염배출 기준의 완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데이터가 이미 있는 NCC의 경우 샘플링을, 데이터가 없는 NCC는 직접 오염도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는 이번 주 중에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NCC란 한마디로 납사(Naptha)를 분해하는 설비다. 납사란 원유를 상압증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 중 하나로, 석유화학의 기본 원료다. 이렇게 얻은 NCC를 또다시 분해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재료가 만들어진다.
NCC는 5개 업체가 전국 8곳에 설치, 운영 중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충남 서산과 전남 여수에 하나씩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서산에, 대림과 한화토탈이 절반씩 지분을 가진 여천NCC는 여수, SK종합화학과 대한유화는 울산에 하나씩 운영 중이다.
정부가 NCC의 오염규제 기준 완화를 고려하는 것은 최근 시행된 통합환경관리법(통합법)으로 규제 수준이 너무 강화됐다는 업계의 불만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2017년 통합법이 시행되면서, 환경 오염 관련된 19개 업종, 1400여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관리를 하게 됐다. 기존에는 각종 환경 관련 법들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에서 규제해왔다.
특히, 통합법에서 기존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배출 기준을 지역 오염도, 업체 상황 등에 따라 차별화 적용하도록 한 것이 문제였다.
예를 들어 기존 대기환경보전법에서 특정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규제 기준이 100인 경우, 모든 업체가 일률적으로 100에 맞춰 생산하면 됐다. 하지만 통합법에서는 상황에 따라 업체별로 이 기준점을 70, 적게는 51까지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기법 규제도 턱걸이 수준으로 맞춰왔는데 여기에 통합법까지 되면 생산 자체가 어렵다”며 “저감 기술도 한계가 있고 세계적으로 이 기준에 맞출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업계의 상황과 국제 저감기술 상황 등을 중복 확인해 완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석화협회 관계자는 “4월 통합법 시행규칙이 나온 뒤 환경부에 업계 상황에 맞춰 한계배출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결론이 어떻게 날지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