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증권사와 새로 손 잡는 회계펌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감사인 지정제에서 삼일의 약진이 눈에 띈다. 삼일은 KB금융지주를 내준 대신에 미래에셋대우증권 등 굵직한 금융회사를 맡게 될 전망이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은 재지정 요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금융감독원은 내년 외부감사인 지정회사를 선정해 회사와 외부감사인에 각각 사전 통지했다고 밝혔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 사전통지에 따르면, 삼일은 KB금융지주를 내주고 미래에셋대우와 새롭게 손을 잡게 됐다. 발표 전부터 삼일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내어준 대신 미래에셋대우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기존에 삼정이 담당했던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모두 삼일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금융지주회사와 KB금융지주는 각각 삼일과 한영이 손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경우, 자회사가 모회사 지정 감사인에 따라 옮겨야할 의무는 없다”며 “기존 계약에 묶여 있는 경우 회사 상황에 따라 남은 기간을 이행할 지 모회사와 감사인을 일치시킬 지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감사 계약 해지는 수용하기 어렵지만 이번 지정 감사인 일치를 위한 해약은 정당한 해지 사유로 받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모회사에 따라 일치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도 이번 지주사로 배정된 감사인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통보받은 법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감사인 재지정 요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재지정 요청 사유는 ‘지배ㆍ종속관계에 있는 회사 모두 지정감사이고, 지정감사인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경우’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재지정요청은 통지받은 회사와 회계법인이 독립성 훼손사유 등 법령상 정해진 재지정사유에 해당시, 금감원에 다시 지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제도다.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을 살펴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ㆍ메리츠화재해상보험 2개가 지정감사 대상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 사전통지에서 별개의 법인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재지정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은 회사의 자산규모, 회계법인의 회계사 규모 등을 기반으로 산출된 수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지정할 수 없다”며 “처음부터 모회사에 따라 자회사의 회계법인을 임의로 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된 지정감사인 사전통지 제도에 따라 회사와 외부감사인은 재지정 요청 등 의견이 있는 경우, 통지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금감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의견을 반영해 11월 둘째 주에 본 통지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