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통화승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사실상 현금인 협의통화(M1) 증가율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돈이 단기 대기성자금에 몰리며 돈이 돌지 않는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중 간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대량 손실 사태가 불거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동산과 채권형펀드를 중심으로 한 수익증권 투자도 꾸준해 광의통화(M2)와 금융기관유동성(Lf), 광의유동성(L)도 늘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는 8월중 15.57배(계절조정기준)에 그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저치는 6월 기록한 15.60배였다.
이는 본원통화 증가속도를 M2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본원통화는 전월 대비 1.9% 증가한 반면, M2는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M1은 0.9% 늘어 올 4월 이후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이 전월비 4조5000억 원 증가한 534조 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보인 데 이어, 요구불예금(239조 원)과 현금통화(109조6000억 원)도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서는 4.7% 증가한 877조 원을 기록했다(원계열기준). 이는 작년 7월 4.8% 증가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M2도 0.9% 늘어 1월(1.1%)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금융권의 정기예금 유치 노력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15조3000억 원 증가한 1176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는 6.8% 늘어난 2832조6000억 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6월 6.1%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1년 3개월째 6%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Lf도 1.0% 늘어 올 1월(1.0%)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8.2% 증가한 4023조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4000조 원대를 돌파했다. L도 0.4% 늘었다. 전년 동월비로는 7.6% 늘어난 5112조6000억 원을 보였다. 5월 5000조 원을 돌파한 이래 증가세가 꾸준한 모습이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은 “유동성이 큰 M1 증가세 확대가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최근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크게 발생하면서 대기성 자금으로 돈이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주식형보다는 부동산펀드와 채권형펀드를 중심으로 수익증권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M2와 Lf 등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M2는 M1에다 머니마켓펀드(MMF)와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등 주로 2년 미만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실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자금들이다.
Lf는 M2에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과 생명보험계약 준비금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L은 Lf에 국채와 지방채, 회사채, 전자단기사채를 포함한 기업어음(CP)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