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참을 수 없는 EU의 무능함

입력 2019-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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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과 불확실성을 놓고 그동안 비난의 화살은 보리스 존슨 총리를 필두로 한 영국 정치인들의 무능함에 쏠렸다. 그러나 EU도 수년째 지속된 브렉시트 혼란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브렉시트 협상에서 EU가 그동안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무능함을 참을 수 없을 정도다.

브렉시트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이 주범인 영국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물론 EU와의 협상에 이르기까지 갈팡질팡하면서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왔다.

존슨 영국 총리는 EU와의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이달 말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EU는 존슨의 협상안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다. EU 정상회의가 17~18일 개최되고 영국 의회는 19일까지 존슨 정부가 EU와의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브렉시트를 내년 1월 말로 다시 연기한다는 방안을 이미 통과시킨 상태여서 이번 주 브렉시트는 새로운 분수령을 맞게 된다.

그러나 3년째 질질 끌고 있는 브렉시트 사태의 원인에 EU의 미지근한 태도도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브렉시트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는 최대 이슈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영국은 물론 EU가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무려 역사와 사회적 문제가 수백 년째 복잡하게 얽혀왔다. 이는 단순히 세관 통과를 간소화한다는 등의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경제는 물론 역사와 사회, 정치 등 여러 부문에서 신중하게 검토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해야 했다. 게다가 1998년 평화협정으로 가까스로 잠재웠던 유혈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시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도 없다. 영국이 EU에서 나가겠다고 설레발을 친 것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훨씬 이전부터였다. 국민투표 이후로 계산하더라도 3년의 시간이 있었다. 도대체 이 시간 동안 영국과 EU는 무엇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기력한 방관이 계속되면서 EU가 내심으로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그냥 떠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EU를 탈퇴한 뒤 영국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를 것을 고소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놓고 퇴진론이 일기도 했다. 융커 위원장이 영국과의 협상에서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해 사상 초유의 브렉시트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EU의 냉소적인 태도는 지금도 이어지는 것 같다. 존슨 총리의 방안에 대해서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뚜렷한 대안은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

영국이 아무리 고깝고 역겹더라도 EU 자신도 브렉시트를 현명하고 매끄럽게 이뤄내야 한다.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이 쪽박을 차지만 유럽 경제도 혼란에 빠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할 때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0.20~0.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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