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서 세타2 GDi(직분사) 엔진 집단소송에 합의함에 따라 미국과 국내 차량 469만 대에 대해 평생 보증을 약속했다.
다만 돌발 비용에 따른 시장의 충격 완화, 현지 행정부의 ‘리콜 적정성 여부 조사’ 등 일부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직분사 방식 세타2 엔진을 대상으로 예방 안전 신기술인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대상 차종의 경우 엔진을 평생 보증키로 했다.
보상 대상은 미국에서 417만 대, 국내 52만 대 등 모두 469만 대다. 결함을 경험한 고객을 상대로 구체적 보상도 확정했다. 보상은 미국과 한국이 같다. 이를 바탕으로 소송이 계류된 미국 법원에 화해 합의 예비 승인을 신청했다.
현대·기아차는 “고객 최우선 관점에서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검토했으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이 같은 평생 보증 및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며 “남아 있는 일부 논란에 대해서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았다. 먼저 이번 합의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각각 6000억 원과 3000억 원 수준이다.
합의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의 1.7~1.9%에 불과하다. 다만 돌발비용으로 여겨지는 만큼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단기 충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3ㆍ4분기 호실적을 앞세워 충격을 상쇄하는 게 급선무다.
둘째,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진행 중인 리콜 적정성 조사도 관건이다. 리콜 과정에 늑장대응 또는 결함 은폐 등 부정이 발견될 경우 벌금 부과가 불가피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ㆍ기아차가 이번 대승적 차원의 합의를 앞세워 리콜 역시 정당했음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2010년 일본 토요타 가속페달 결함의 경우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까지 발생한 탓에 12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맞은 적이 있다.
셋째, 여전히 형사 합의가 일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가 민사 부문 집단소송을 해결한 반면, 제품 결함으로 인한 고장과 안전위협 등 혐의로 진행 중인 형사소송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넷째, 제작 결함 확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집단소송이 세타2 직분사 방식 엔진에 국한된 반면, 시장에서는 여전히 다른 엔진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같은 엔진 블록을 쓰되 분사 방식만 간접분사(MPI) 방식인 세타2 MPI 엔진 역시 고객 사이에서 유사결함이 제기된 상태다.
나아가 아랫급 감마 엔진과 윗급 타우 엔진까지 결함 의혹이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이미지 쇄신이 절실하다. 이번 집단소송단과 합의로 현대ㆍ기아차가 입을 수 있는 재무적 손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3분기 나아가 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250~300%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현대ㆍ기아차가 입을 수 있는 이미지 손실은 재무적 손실 범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ㆍ기아차는 북미에서 권위 있는 품질조사와 고객만족도 설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북미 올해의 차 선정 및 후보군 진입 등 최근 몇 년 사이 이미지 상승이 업계 평균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어렵게 쌓아온 이미지는 이번 리콜 보상으로 인해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 손실은 1조 원 가까운 재무적 손실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다각적 마케팅 전략이 절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집단소송단과의 원만한 합의의 배경에는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존재한다. 비용보다 고객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 만큼 이번 타협이 남은 숙제를 풀어내는 단초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5월 미국 칼라일그룹의 투자자 콘퍼런스서 “서비스나 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여지가 없는지 자문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