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날 중국과의 협상이 ‘매우 잘됐다(very well)’고 평가하면서 협상이 다음날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트위터를 통해 “나는 11일 류허(劉鶴) 부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오전 9시쯤 워싱턴DC에서 고위급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하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며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중국은 류허 부총리를 필두로 중산 상무부장(장관)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 닝지저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주임이 협상에 참여했다.
양측의 고위급 협상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5개월간 이어지던 무역전쟁의 탈출구에 대한 희망이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류허 부총리와 만난다는 사실은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양측이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뉴욕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50.66포인트(0.57%) 오른 2만6496.67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8.73포인트(0.64%), 47.04포인트(0.60%) 상승했다.
다만 양측의 합의가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합의’를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부분적인 합의를 이루는 ‘스몰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협상의 의지가 있는 만큼 접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 먼저 합의를 이루고, 입장에 큰 차이가 있는 문제는 추후 논의하는 방향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중국과 환율협정을 맺는 조건으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유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환율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율협정에는 중국이 위안화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것을 막는 것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정이 타결되면 미국은 중국을 지난 8월 지정했던 환율조작국에서 해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 미국이 예고했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역시 유예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양측의 분위기가 완화된 데는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뉴욕타임즈(NYT)는 미국이 안보에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 한해 화웨이가 미국 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할 수 있도록 면허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