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시리아 북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파트너인 쿠르드족에 터키가 공격을 가하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터키는 이를 무시하고 군사행동을 단행했다고 WSJ는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SNA)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인민수비대(YPG),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칭)에 대한 ‘평화의 샘’ 작전을 방금 시작했다”고 밝혔다.
PKK는 터키 내 쿠르드족 무장단체로, 터키 정부는 이들을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YPG는 쿠르드족 민병대로 SDF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표 직후인 이날 오후 4시경 바로 작전이 시작돼 터키 국경과 인접한 시리아 북동부 마을들에 터키 공군의 공습이 이뤄졌으며 터키군은 일몰 후 지상작전도 개시했다고 WSJ는 전했다.
AFP통신은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를 인용해 터키군의 공습으로 지금까지 최소 15명이 사망했으며 그 중 8명은 민간인이라고 전했다.
터키군은 ‘평화의 샘’ 작전에 대해 △터키를 위협하는 쿠르드족 세력을 시리아 국경에서 멀리 떨어뜨리고 △이들 국경지역에 안전지대를 마련해 8년간의 내전으로 갈 곳 잃은 수백만 시리아 난민을 이주시킨다는 두 가지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를 선언하면서 터키가 미국의 묵인에 따라 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사실상 이번 사태에 불을 붙인 것과 마찬가지인 트럼프는 이날 “미국은 터키의 작전을 승인하지 않았으며 이는 ‘나쁜 생각’”이라면서 “만일 터키가 쿠르드족을 쓸어버린다면 우리도 터키 경제를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군 철수 결정을 변호하면서 “중동에서 계속되는 멍청하고 끝없는 전쟁에 미국을 개입시키지 않는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개입이 약화하면서 중동 정세가 순식간에 패닉에 빠지자 국제사회에서 우려와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터키 주장처럼 시리아 접경지역이 국제적 난민 송환 기준을 충족하는 안전지대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터키의 군사작전은 반드시 억제돼야 한다”며 “이 지역의 불안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터키 군사작전 개시에 대해 10일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미국에서도 터키의 군사공격과 트럼프의 미군 철수 결정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쿠르드족을 버릴 수 없다. 터키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며 “이런 방식이 작동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며 위험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과 함께 터키 제재 방안 초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