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9일 열린 보수 진영의 '조국 퇴진' 대규모 집회가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1차 집회를 마무리하고 청와대 앞으로 장소를 옮겨 2차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의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의 참석자들은 오후 4시쯤 광화문 집회를 마무리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7시에는 우리공화당의 행진까지 합세해 청와대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복궁 앞 사직로와 청와대 방면 자하문로ㆍ효자로 등은 한동안 교통이 통제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사랑채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조국 구속"과 "문재인 하야"를 연달아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서 청와대로 가야 한다"는 외침과 "문재인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발언도 들렸다.
행진하는 집회 참석자 중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보였다. 투쟁본부는 이달 4일부터 사랑채 인근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 중이다. 투쟁본부 측은 이날 집회 참석자를 1000만 명으로 추산했다.
투쟁본부의 총괄 대표를 맡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오늘 집회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며 "1400여 개 시민단체와 학계·종교계 모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대통령)이 서초동에 촛불을 동원해 홍위병 전술을 시작했다"며 "윤석열(검찰총장)이 문재인(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 내란선동죄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를 바란다"는 거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행진에 참여한 박재찬(68) 씨는 "처음부터 청와대에 향할 생각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어 집회에 나왔다. 조국을 장관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집에서 뉴스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사람이라도 집회에 목소리를 더해야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위에서 알지 않겠느냐"며 "조국은 장관으로 있기에 의혹이 너무 많다. 지금이라도 퇴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수진영은 이날 정오부터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집회로 인해 광화문광장에서 시청역 앞까지 1.4㎞ 구간의 도로가 전면 통제됐었다. 지난 3일 개천절 집회 때는 광화문 광장에서 남대문 앞까지 2㎞ 구간이 통제됐으며, 당시 주최 측은 300만 명 참석을 추산했다. 이번 집회는 앞선 집회와 비교할 때 시청 앞 서울 광장은 빈 곳을 보이기도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집회에 시민 자격으로 참석, '범죄자 조국 구속', '조국 구속하라'고 적힌 소형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함께 외쳤다.
황 대표는 집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분노가 문재인 정권을 향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분노를 가볍게 생각하면 망국에 이르게 될 것이다. 국민 목소리를 들으라”고 경고했다.
나 원내대표도 “지난 광화문 집회에 이어 국민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고,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할 시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론을 이렇게 분열시키고 국민 마음을 거스르는 모습은 국민에게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연단 위에서의 공개 연설을 하지 않은 채 집회가 끝나자마자 현장을 떠났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 집회 단상에 올라 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조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심재철 의원은 “조 장관과 관련해서 딸의 부정입학ㆍ학교를 이용한 재산 빼돌리기 등 많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조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 앞으로도 많은 국회의원이 조국 아웃 물결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진태 의원도 “비위 문제로 논란이 됐던 조 장관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기각됐다”면서 “현 정권에서는 법도 필요 없고, 양심도 필요 없고, 논리도 팩트도 다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선캡을 쓰고 태극기 깃발을 손에 쥐고 있었다. 김문희(72) 씨는 "조 장관의 언행 불일치에 화가 나서 광화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의 가족 특혜에 눈 감고 있다. 이런 사실에 어떻게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겠냐"며 말했다.
최동재(65) 씨는 "문재인이 문제다. 개천절에도 참석했고, 오늘도 집회에 나왔다"며 "문재인 정책으로 경제가 망하고 있는데 이 나라를 사회주의자에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가 어려운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 같은 자영업자는 이 정권에서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는 남성 한 명이 옷을 벗는 등 경찰에 거칠게 항의하다 임의동행 조치된 것을 제외하면 큰 충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개천절 집회 때는 청와대 부근에서 집회가 격렬해 참석자 35명이 연행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