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베트남은행은 1993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베트남에 깃발을 꽂고 2019년 현재 영업 채널망을 36개로 확대하며 폭풍 성장을 해왔다. IT부문은 뒷단에서 묵묵히 그 역할을 해냈다.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신한베트남은행, 모바일뱅킹 쏠(SOL) 가입자 수가 1년 새 300% 급증했다. 현지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등 이제는 디지털이 전면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26년 IT·디지털 전문가…‘쏠(SOL)’로 초격차 벌인다 = 민복기 신한베트남은행 디지털본부장은 입행 후 26년간 ‘IT·디지털’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자산 규모나 순익 면에서 외국계은행 중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민 본부장이 왔던 2014년 당시만해도 디지털 황무지였다. 신한베트남은행에 디지털 DNA를 심은 민 본부장을 18일 호찌민 본점 2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 본부장은 “처음에는 ‘한국은 IT가 발전돼 있으니 동남아에 가면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저도 초반에 ‘로컬 작은 은행들 하고 경쟁되겠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막상 와서 봤더니 신한도 외국계은행 중 하나일 뿐이었다”며 초기에 느꼈던 한계를 전했다. 이어 “2014년 7월 호찌민에 왔을 때 창구거래뿐이었고, 비대면은 ATM과 인터넷뱅킹에 불과했다”며 “초기에 중점을 둔 점은 현지 은행들과 똑같은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민 본부장이 베트남 디지털본부를 진두지휘한 6년 새 신한은 현지 대표 핀테크 업체인 모모(Momo), 잘로(Zalo) 등 대표 핀테크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고객들이 실제 영업점에 오지 않고 은행를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을 융합한 방식으로 가려 한다”고 밝혔다. 신한은 ‘VN페이’와 공과급 수납, 핸드폰 요금 충전, QR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유’와는 삼성페이 선불카드 기능을 제휴했고, 대출 이자 납부나 카드 결제대금을 편의점에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014년 26%(13만67000건)에 불과했던 비대면 거래량이 5년 새 62%(1833만3000건, 8월 기준)으로 역전했다. 같은 기간 신한베트남은행의 전체 거래량이 2014년 520만6000건에서 3134만7000건(1월 기준)으로 6배 증가했을 때 비대면 부문은 그보다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2018년 11월 론칭한 ‘쏠(SOL)’의 경우도 1년 전과 비교할 때 가입자가 13만 명으로, 300%가 늘었다. 민 본부장은 “인터페이스(UI)나 메뉴 구조를 짤 때 한국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현지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철저히 반영한 것이 비결”이라고 꼽았다.
민 본부장은 “기술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며 “베트남 전체 인구 연령이 평균 30대로 젊고 스마트폰 사용량도 많아 모바일 위주의 핀테크 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할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소리 듣는 신한퓨처스랩베트남 = 김선일 팀장은 2016년 신한베트남퓨처스랩 론칭을 맡아 4년째 신한은행의 해외 퓨처스랩 1호점을 이끌고 있다. 김 팀장은 “해외 핀테크 시장은 또 달라서 한국에서 유망한 기술을 가져온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상업화 과정이 쉽지 않다”며 “한국 연수를 통해 기업 피드백을 듣는 시간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기에 참가한 업업앱(UPUPAPP)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인 톰 히츠(Tom Hitz)는 “한국에서 진행한 멘토링 세션에서 받은 피드백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콘셉트를 확 바꿨다”며 “B2B 세일즈에 집중했고,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업앱은 HR(인사관리) 솔루션을 담은 애플리케이션(APP)으로 직원들의 성과를 책정해 보상해주는 앱이다.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 사업 확장을 통해 올해 4월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김 팀장은 “2017년 론칭한 예비창업자 교육프로그램을 두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리가 할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신한베트남은행도 현지에서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같이 협업하면 CSR 관점에서 기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