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불필요한 잡음 필요 없는 기아차 쏘울 마케팅 전략

입력 2019-10-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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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글로벌 기업의 경영전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환율과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지요.

자동차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정세와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자동차 회사의 제품 전략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자연스레 기름 덜 먹는 차가 인기였습니다. 연비를 위해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추세가 시작한 것도 이때였습니다.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시대를 성큼 앞당겼지요. 결국 원유 수요가 줄어들자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기름값이 내리자 배기량이 큰 고성능차, 나아가 상대적으로 기름 많이 먹던 SUV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예견하고 미리 SUV 제품군을 확대한 자동차 회사는 요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한발 늦은 현대·기아차는 부지런히 SUV를 늘려가며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지요.

출발이 늦은 만큼 의욕이 조금 과한 사례가 있습니다. 기아차 쏘울이 한 예입니다.

2008년 데뷔한 쏘울은 획기적인 콘셉트를 앞세운 크로스오버 모델입니다. 해치백과 소형 미니밴의 장점을 적절히 아우르며 인기를 누렸지요. 잘 다듬어진 디자인과 기아차의 꼼꼼한 품질도 쏘울의 인기를 뒷받침했습니다.

올해 북미에 데뷔한 3세대 쏘울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기아차는 3세대 쏘울을 소형 SUV로 포장했습니다. 굴림방식과 짐 공간, 용도 등 2세대와 패키징 변화가 없지만 SUV 인기에 소위 ‘묻어가기’를 시도하고 싶었던 걸로 보입니다.

언론과 온라인 여론이 ‘쏘울=SUV’라는 등식에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기아차는 “우리가 그렇게 개발했다”라며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북미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는 내년 1월 최종 모델 선정에 앞서 12차종의 후보군을 발표했습니다. 위원회는 기아차가 그토록 강조했던 소형 SUV 쏘울을 보기 좋게 승용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쏘울 EV’는 독일의 유명 자동차 잡지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이 실시한 소형 전기차 3종 비교 평가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모델로 선정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기아차의 마케팅 전략이 북미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퇴짜를 맞았다는 뒷담화를 한다고 합니다. 물론 나라마다 SUV와 승용차를 가르는 기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SUV로 취급받는 차들이 미국 현지에서는 중형급에 속하기도 하니까요.

SUV 인기에 묻어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쏘울의 가치는 인정받고 있으니 불필요한 잡음을 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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