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포럼은 당시 18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문재인 대통령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외곽조직이다. 처음에는 대선 캠프와 팬클럽의 중간 성격을 띠고 출발했지만 이후 자연스럽게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 온 것으로 평가된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를 비롯한 전직 정부 고위 인사와 함께 정치권, 언론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에서 총 26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탓에 담쟁이포럼은 한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2017년 정권을 잡은 이후로는 ‘대통령의 인재풀’로서 새삼 주목을 받는 중이다.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260명 중 20%에 달하는 52명이 정부와 국회 안팎의 요직에 두루 진출했다. 5명 중 1명은 감투를 썼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친문(親文) 정치권 인사들의 총선 준비로 생긴 빈자리에 담쟁이포럼 출신 인사들의 진출이 늘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출범 이후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장관급 국무위원은 31명이다. 이 중 담쟁이포럼 출신은 5명이다. 담쟁이 시를 쓴 도종환 시인(당시 국회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이 밖에도 경기대 교수였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단국대 교수였던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대구가톨릭대 교수였던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모두 담쟁이포럼을 거친 현직 장관이다. 당시 전직 해군참모총장으로서 포럼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체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담쟁이포럼 출신이다. 당시 세종대 교수였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무위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의전상 장관급에 해당하는 자리다. 이를 합치면 담쟁이포럼은 앞선 5명의 전·현직 국무위원을 포함해 총 7명의 장관급 인사를 배출한 셈이다. 아울러 인사검증 과정에서 낙마했지만 현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조대엽 고려대 교수,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역시 담쟁이포럼 출신 인사다.
청와대로 들어간 인사도 여럿 있다. 정권 초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비롯해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탁현민 전 선임행정관 등이다. 아울러 △김영배 민정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 △김애경 해외언론비서관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신지연 제2부속비서관 △천경득 선임행정관 등이 담쟁이포럼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담쟁이포럼 출신 인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행정부 산하기관, 공공기관 등 정부 유관단체에도 폭넓게 포진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중요한 자리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소득주도성장’ 설계자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회 위원장(당시 부경대 교수), 한림대 객원교수였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누나 유시춘 작가도 당시 발기인에 참여했으며, 현재 EBS 이사장이다.
이 밖에도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당시 한동대 교수),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한림대 교수), 김재현 산림청장(건국대 교수),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중부대 교수), 조흥식 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대 교수),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한림대 교수),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순천대 교수),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제주대 교수),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경북대 교수), 황호선 해양진흥공사 사장(부경대 교수), 곽건홍 국가기록원장(한남대 교수) 등 다수가 있다.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당시 서울금천구청장),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당시 다음기획 대표)도 담쟁이포럼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