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날부터 한국을 비롯한 49개국을 대상으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관광 비자 발급을 시작했다.
이슬람 발상지이자 성지인 사우디는 엄격한 율법과 보수적인 관습이 지배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그 탓에 사우디는 오랫동안 외국인 관광에 폐쇄적이었다. 무슬림의 성지순례와 초청장이 필요한 사업, 가족 방문, 취재 등 특별한 경우에만 엄격한 비자 심사를 통해 사우디를 방문할 수 있었다.
이번 외국인 관광 비자 발급은 사우디의 실세인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정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사우디의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 탈석유 시대 준비를 위한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다.
그 사업 중 하나로 사우디는 관광을 택했다. 사우디 정부는 전날 ‘사우디의 마음과 문을 연다’는 주제로 문호 개방을 알리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다.
아흐마드 알카티브 관광·국가유산위원회(SCTH) 위원장은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사우디의 문을 열고, 전 세계 손님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열었다. 사우디는 여러분을 환영한다”고 선언했다.
SCTH와 사우디투자청(SAGIA)은 캐나다 트리플5, 아랍에미리트(UAE) 마지드 알푸타임, 인도 OYO, 사우디아 항공 등 쇼핑몰·호텔 개발사와 260억 달러(약 31조 원) 상당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관광산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우디는 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이슬람 율법과 관습에서 자유로운 고급 호텔과 리조트, 위락 시설을 짓는 관광특구 사업도 진행 중이다.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사우디가 그동안 종교적인 목적으로 외부 관광객을 받아왔지만 다른 목적으로는 처음”이라면서 “석유 산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탈석유라는 방향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관광 비자를 받으려면 인터넷 등록 또는 사우디 내 공항에 도착해 방문 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아울러 사우디에서 여성은 외출할 때 반드시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의 긴 옷인 ‘아바야’를 입어야 하지만 정부는 외국인 여성 관광객에 한해서는 반드시 이 옷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 내무부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성적인 자극을 일으키지 않도록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정도의 단정한 복장을 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