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파산 브로커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며 관련 불법행위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만 일시·단편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전부다.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준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들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
◇패스스트랙 처리 ‘0건’… 개인 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은 ‘유명무실’ = 2017년 11월 서울회생법원과 서울변호사회는 ‘개인 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해 ‘수임료 대부업체 연계’ 브로커가 대대적으로 적발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검증된 회생·파산 변호사들을 선별해 홍보함으로써 채무자들을 불법 브로커의 늪에서 빼내자는 취지다.
협약에는 회생법원 홈페이지에 관련 제도를 홍보하고, 지원단 소속 변호사가 신청한 개인도산절차는 법원에서 신속하게 처리(패스스트랙)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변회는 ‘지원단 소속 변호사의 업무수행 시 준수사항’을 제정해 그 이행 여부를 감독하고 감독 결과를 정기적으로 법원에 통보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개인 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 47명이 꾸려지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0건’. 제도 시행 이후 1년간 패스스트랙으로 개인회생절차가 처리된 건수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당시 협약에서 도산지원단 전담부를 두기로 했었지만, 결국 하지 않기로 하면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건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변회에서는 관련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변회의 한 관계자는 “법원과 협약을 맺을 당시 패스트트랙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아직 완벽하게 도입되진 않은 걸로 안다”며 “정상적 운영을 하는 게 아니라 개별 사안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개인 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 운영은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최근 기존 회생법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떠 있던 ‘개인 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 배너가 삭제된 것이다. 배너는 서울변회의 소속 변호사들의 목록 페이지와 이어져 있었다. 수많은 포털 광고의 바다에서 그나마 채무자들과 변호사단에 속한 변호사들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변호사단에 들지 않은 변호사들이 ‘불공정’을 내세우며 반발한 것이 문제였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변호사단 배너가 올라간 뒤에 다른 변호사들이 ‘왜 법원에서 변호사를 알선하냐’고 불만이 많았다”고 삭제한 이유를 설명했다.
변호사단에 속한 한 변호사는 “작년에 출범한 이후로 회생절차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뛰어다녔다”며 “하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은커녕 외면당하면서 최근에는 거의 손을 놓았다. 지금 변호사단 소속 변호사 중에 개인적으로도 회생·파산 업무를 수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명의대여 변호사 절반, 정직 1개월 ‘솜방망이’ 징계 = 브로커와 연루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이투데이가 2016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의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기록을 분석한 결과 올 8월까지 ‘명의대여’가 포함된 사유로 처분받은 변호사는 총 9명이었다. 2016년에는 0명이었던 것이 2017년 8명, 2018년 19명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처벌 사유 중 오로지 ‘명의대여’만 적시된 징계 건수는 32건이었다. 이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은 ‘정직 3개월’이다. 그것도 단 한 명뿐이다. 가장 많은 처분은 ‘정직 1개월’로 17명에 달했다. 2명 중 1명가량이 1달간 변호사 업무를 못 하는 정도의 징계를 받는 셈이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도 2건 있었다. 한 건은 700만 원, 나머지 한 건은 500만 원이 전부다.
서초동 법무법인 소속 한 변호사는 “가까운 변호사 한 명이 작년에 명의대여로 걸렸는데 세상 무너진 것처럼 불안해했다”면서도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협회에서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법조계에는 회생 분야 말고도 브로커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라며 “변호사법상 오랫동안 문제됐던 이슈인데, 유사 사례에 대해 처분 사례가 있다. 특별히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징계 규정을 강화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