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픽업트럭이 몰려온다…한국 상륙하는 美 빅3

입력 2019-09-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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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기에 한국지엠 공식 출시…포드 F-시리즈 ·FCA 지프 수입 검토 중

7월, 독일 BMW가 최고급 플래그십 SUV인 X7을 밑그림으로 픽업트럭을 발표했다.

3열 공간에 개방형 적재함을 추가한 모습이 큰 관심을 모았다.

BMW 모터사이클 한 대를 거뜬히 탑재할 만큼 넉넉한 짐 공간도 자랑했다. BMW 픽업트럭은 꽤 이례적이다.

단순하게 첫 번째 모델이어서가 아니다. 지금껏 “버스와 트럭은 고급차가 될 수 없다”는 자존심 아래 ‘프리미엄’ 전략을 써 왔기 때문이다. BMW는 그렇게 철저하게 상용차와 담을 쌓아왔다.

BMW는 X7 픽업트럭을 공개하며 단 한 대만 생산한 이른바 '원-오프' 모델임을 강조했다.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누가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BMW가 최고급 SUV인 X7을 베이스로 픽업트럭을 선보였다. 다만 단 한 대만 뽑아낸 '원-오프' 모델이다. (출처=미디어BMW)
▲BMW가 최고급 SUV인 X7을 베이스로 픽업트럭을 선보였다. 다만 단 한 대만 뽑아낸 '원-오프' 모델이다. (출처=미디어BMW)

픽업트럭은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다. 미국 판매 순위에서 1~3위를 꿰차고 있다.

국내에서도 픽업트럭이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픽업트럭은 4만2021대로, 2017년(2만2912대)보다 83.4% 증가했다.

캠핑·여행 등을 즐기는 레저 인구의 증가가 한몫했다. 절세 효과도 뛰어나다.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인 덕분이다.

국내 픽업시장을 놓고 픽업트럭의 본고장에서 온 포드, 한국지엠 등 수입차 업체와 토종 브랜드의 ‘왕좌의 게임’, 뜨거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짐 공간 대신 세제 혜택 노린 한국형 픽업 = 한국 픽업트럭 시장을 주도하는 건 단연 쌍용차다.

쌍용차는 자사 SUV의 프레임 보디를 바탕으로 2002년 ‘무쏘 스포츠’부터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로 이어지는 모델을 선보이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1세대였던 무쏘 스포츠의 경우 실제로 적재함에 짐을 얹기보다 화물차로 등록해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한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그다지 쓸모없었던 3열 공간을 개방형 적재함으로 바꿨더니 100만 원(2900cc급)에 육박했던 연간 자동차 세금은 2만 원대로 줄었다.

당시만 해도 값싼 경윳값에 세금까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데뷔 초기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다.

꾸준히 스포츠 모델을 선보여온 쌍용차는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했다.

동시에 시장 변화를 감지했다. 단순하게 세금을 아끼기 위한 수요 이외에 뚜렷하게 픽업을 활용하려는 아웃도어 목적의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적재함을 30㎝ 가까이 늘인 렉스턴 스포츠 칸이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다.

▲쉐보레의 콜로라도가  성공 한다면 미국산 픽업트럭이 속속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한국GM)
▲쉐보레의 콜로라도가 성공 한다면 미국산 픽업트럭이 속속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한국GM)

◇콜로라도 등장으로 새로운 픽업 시장 형성 = 국내 픽업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곳은 한국지엠(GM)의 쉐보레 콜로라도(Colorado)다.

쉐보레의 픽업트럭 만들기는 벌써 100년이 넘었다.

1918년 브랜드 최초의 트럭인 원톤(One-ton)부터 다양한 픽업 노하우를 겹겹이 쌓아왔다. 이 가운데 콜로라도는 픽업트럭의 본고장이자 시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에만 14만 대 이상 판매된 쉐보레의 주력 모델이다.

인기 비결은 아메리칸 픽업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편의사양이다. 뒤범퍼 모서리에 발판을 달아 적재함에 오르지 않고도 손쉽게 화물을 옮길 수 있는 코너 스텝(C-orner Steps)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어두운 곳에서 적재함을 비추는 카고 램프, 적재함 안쪽을 특수 코팅해 미끄럼 방지와 내구성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프레이온 베드 라이너(Spray-on Bedliner), 카고 레일 상단을 보호하는 프로텍터 등 적재공간에서의 작업 편의와 효율을 높이는 세밀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콜로라도는 렉스턴 스포츠와 경쟁하지 않는다.

한국지엠 역시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와 철저하게 시장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렉스턴 스포츠 윗급에 자리한 시장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포드는 F-시리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랩터의 모습. (출처=포드미디어)
▲포드는 F-시리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랩터의 모습. (출처=포드미디어)

◇수입차 시장서 미국 빅3 경쟁 전망 = 콜로라도의 등장으로 국내 픽업트럭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이 직수입으로 콜로라도를 들여오면서 수입차 업계 역시 조심스럽게 시장 변화를 점치고 있다.

포드는 정통 아메리칸 픽업의 교과서 격인 F-시리즈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승용차 라인업보다 픽업 라인업이 더 많을 만큼 ‘픽업 만들기’가 경지에 다다른 메이커다.

F-시리즈의 정점인 ‘랩터’의 경우 한국에서 대기수요가 늘어나고 증가할 만큼 관심이 큰 모델이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지프는 픽업 트럭 글래디에이터 수입을 검토 중이다. 언더보디는 현대모비스가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모듈로 조립해 지프 공장으로 납품한다. (출처=뉴스프레스US)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지프는 픽업 트럭 글래디에이터 수입을 검토 중이다. 언더보디는 현대모비스가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모듈로 조립해 지프 공장으로 납품한다. (출처=뉴스프레스US)

FCA도 닷지 또는 지프 브랜드의 관련 모델 수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닷지가 이름나 있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지프(Jeep) 글래디에이터 등장이 점쳐진다.

지프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하는 글래디에이터는 지프 랭글러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이다.

독특한 점은 글래디에이터의 언더보디를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가 공급한다는 것.

지프 오하이오 공장 옆에 모비스가 공장을 세우고 이곳에서 하체를 모듈로 만들어 고스란히 지프 공장으로 실어 보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산 빅3가 자사 픽업을 내세워 한국시장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

쉐보레 콜로라도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거둘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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