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이날 김포 농장에서 현장 점검을 한 결과, 배가 부푼 채 죽은 돼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농장은 어미 돼지 네 마리가 유산하자 이날 아침 김포시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농식품부는 폐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돼지는 임신한 보통 돼지보다 배가 더 불러 있었다. 비장 증대로 인한 복부 팽만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요 임상 가운데 하나다. 이 돼지의 폐사 시점은 정확히 파악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확진을 위해 해당 농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 검사를 맡겼다. 정밀검사 결과는 이날 저녁께 나올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만일을 대비해 농가 인근을 소독하고 사람과 가축, 차량 등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되면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살처분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농장에선 돼지 1800마리를 사육 중이다.
김포에서도 발병이 확인되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강 이남에서 접수된 첫 의심 신고기 때문이다. 한강 저지선마저 뚫리면 전염력이 강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파주와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돼지 세 마리가 폐사하고 1만5000여 마리는 살처분됐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전자형은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Ⅱ형으로 확인됐다.
정부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인 3주 동안 추가 발병을 차단하는 게 방역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23일을 '일제소독의 날'로 정하고 전국 돼지 농가 6300여 곳을 소독하기로 했다. 전날 제17호 태풍 '타파'가 한반도에 비를 몰고 오면서 소독용 생석회가 씻겨 내려갔을 위험이 있어서다. 소독에 동원되는 방역 장비와 생석회만 1024대, 640톤에 이른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방역추진 상황 점검 회의에서 "그간의 방역 조치들을 조속히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