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자 중 "죽고 싶었다"는 사람은 절반도 안돼

입력 2019-09-22 12:00 수정 2019-09-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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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18년 자살실태조사' 결과…사망자 92% '경고신호' 보냈으나 77% 주변에서 미인지

자살 시도자의 절반 이상은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에도 삶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19~75세 성인 1500명과 자살 시도자 1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발표한 ‘2018년 자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에 재원한 자살 시도자 중 36.5%는 자살 재시도자이며, 52.6%는 자살을 시도했던 순간 음주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조사와 비교해선 음주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한 비율이 8.6%포인트(P) 상승했다.

자살 시도자 중 ‘자살을 시도할 때 죽고 싶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7%에 불과했다. 13.3%는 ‘죽고 싶지 않았다’. 39.0%는 ‘죽거나 살거나 상관없었다’고 답했다.

자살 사망자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결과를 보면, 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자살 과정에서 순차적 혹은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의 84.5%가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유형별로 직업 관련 스트레스는 68.0%, 경제적 문제와 가족 관련 문제는 각각 54.4%가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군별 자살경로를 보면 피고용인은 부서배치 변화, 업무부담 가중이 상사 질책과 동료 무시로 이어지고, 다시 급성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를 겪다 평균 5개월 후 사망하는 패턴을 보였다. 자영업자는 사업부진으로 부채(사업자금)가 늘면서 정신건강 문제(음주·우울)가 발생하고, 다시 가족관계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망했다. 사망까지 이르는 기간은 평균 258개월이었다.

자살사망자의 92.3%가 사망 전 식사·수면·감정상태 변화, 주변 정리 등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이 중 77.0%는 주변에서 경고신호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신호는 사망 3개월 이내의 근접 시점에 관찰된 비율이 높았다.

유족에 대한 조사 결과 유족의 19.0%는 심각한 우울상태로 파악됐으며, 자살사건 발생 시 유족의 71.9%가 고인의 자살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주변의 충격, 자책감 등으로 인해 자살을 알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적으론 자살에 대한 지식수준은 높아졌으나, 허용적 태도는 늘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사전에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실제 자살과 관련이 적다’는 인식 2013년 3.50점(이하 5점 만점)에서 2018년 3.45점으로 낮아지고, ‘자살이 충동적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발생한다’는 인식은 2.79점에서 3.10점으로 높아졌다.

반면 자살에 대한 용인·수용적 인식은 2.96점에서 3.02점으로 올랐고, ‘자살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도 2.43점에서 2.61점으로 올랐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은 3.61점에서 3.46점으로 낮아졌다.

응답자의 79.1%는 ‘자살 시도자 보호를 위해 개인동의 없이도 자살예방기관의 개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적절한 개입 내용은 시도자 정보(연락처 등)를 자살예방기관에 제공(45%), 시도자 본인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42.9%) 등이었다.

한편, 함께 발표된 ‘5개년(2013~2017) 서울특별시 자살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에선 5년간 발견지 기준 자살 사망자 수가 노원구(617명), 강서구(571명), 강남구(566명)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영등포구(27.6명), 금천구(27.2명), 용산구(25.6명) 순으로 높았다.

서울시 발견 자살 사망자 중 10.5%(1044명)가 한강변에서 익사 상태로 발견됐으며, 이 중 서울시 외부 거주자가 358명(34.2%)이었다. 교량별로는 마포대교(26.5%), 한강대교(8.4%), 광진교(7.0%) 순으로 자살 사망자가 많았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어서, 자살이 발생하는 곳에서 또 자살이 발생한다”며 ”자살 다발지역을 확인하고 근거 중심의 지역 맞춤형 자살예방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망자 특성별론 의료급여 구간과 국민건강보험료 하위구간에서 자살률이 높았다. 질환별로는 신체질환의 경우 호흡기 결핵(477.5명), 심장질환(188.3명), 간질환(180.0명), 암(171.5명) 순으로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정신 활성화물질 사용장애(1326.4명), 성격장애(879.8명), 알코올 사용장애(677.8명) 순으로 자살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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