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DNA 분석기법을 통해 당시 10차례의 사건 가운데 3차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경기남부청 반기수 2부장 주재 브리핑을 열고 용의자 A(56) 씨의 DNA가 화성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3차례 사건은 5, 7, 9차 사건에서 나왔고, 이 가운데 9차 사건에서는 피해여성의 속옷에서 A 씨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반 2부장은 A 씨가 당시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이뤄진 조사에서 자백했는지, A 씨가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었는지, 현재 어떤 범죄를 저질러 수감 중인지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그는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이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에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 씨가 나머지 화성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반 2부장은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DNA 분석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A 씨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나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경찰은 향후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A 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장기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사건이다.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어서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천280명과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전담팀을 구성하고 DNA 기술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증거를 재차 대조하는 노력이 무색하리만큼, 수사는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