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회계펌인 삼일회계법인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삼성생명보험과 삼성전자 감사에서 손을 놓는다. 큰 폭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비감사 부문 업무의 비중 확대를 통해 이를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1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상 대기업 20여 곳의 회계펌이 바뀌게 된다. 이 중에서 삼일은 자산 1위 삼성생명과 2위 삼성전자의 외부감사인을 맡고 있다.
삼성카드도 감사 고객이다. 이밖에 KB금융지주와 현대해상화재보험, CJ제일제당, 카카오, 현대백화점 등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가군에 속하는 굵직한 기업들을 감사 중이다.
삼일은 내년부터 해당 기업들을 다른 회계펌으로 보내면서 감사 부문에서 큰 폭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나 SK하이닉스 등 현재 다른 회계펌이 맡고 있는 기업을 가져오더라도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추산되는 탓이다.
이에 삼일은 채널1 감사부문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채널2 비감사부문의 영업에 보다 주력해 이를 상쇄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떠나보내는 기업의 감사를 할 수는 없어도, 대신 경영자문 등 비감사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삼일은 최근 들어 법정감사 매출 비중이 하락세인 반면 비감사 매출 비중이 상승세인 상황이다. 삼일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6131억 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 중 외부감사법상 법정감사 매출은 1842억 원으로 30.05%를 차지했다. 전기 36.37%에서 대폭 하락한 비중이다.
반면 감사대상회사 외 기타 경영자문 매출은 2171억 원으로 35.42%를 차지했다. 전기 31.07%에서 대폭 상승한 규모다.
기타 세무자문 매출도 1395억 원으로 22.76%를 점유하며, 1년 전 20.36% 대비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일은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는 내년부터 비감사 분야의 매출 비중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업계에서 외부감사인 지정 대상인 가군 대기업들 중 삼성생명의 다음 회계펌은 삼정회계법인이 유력하게 꼽힌다. 삼성전자는 한영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의 2파전인 가운데 한영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한영이 삼성전자 감사인에 선정되면 삼일과는 반대로 현재 큰 비중으로 맡고 있는 삼성전자의 채널2 업무를 내려놓게 된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쌍두마차를 내어주는 삼일은 대신 미래에셋을 가져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