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식품 시장에서 키즈 라인을 강화한 역발상 전략에 대박 조짐을 보이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간 출산율은 1명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 시대에는 한해 신생아가 100만명 이상 태어났던 데 비해 현재 연간 신생아 수는 30만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저출산은 내수 중심의 식품 업계, 특히 유가공업계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역발상으로 출시한 일부 제품들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가 6월 출시한 ‘바나나맛우유 키즈’는 출시 당월 8000만 원이던 매출이 8월에만 6억 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출산 시대임에도 불구 오히려 영유아에게 적합한 제품을 출시한 역발상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빙그레측은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인 바나나맛우유의 미개척 영역, 즉 세분 시장을 찾아 보자는 생각에서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최근의 판매 호조세를 연말까지 지켜본 뒤 향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제품 개발은 소비자 니즈에서 비롯됐다. 1974년 출시 이후 국내 가공유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지켜온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어린이가 한번에 마시기에 다소 용량이 많은 데다(240ml), 남은 제품을 보관하기도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자 이를 반영해 키즈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은 한국낙농육우협회의 K-MILK 인증을 받은 국내산 원유 92%를 함유한 제품으로, 국내 가공유 제품 중에서 원유 함량이 월등히 높은 제품에 속한다.
바나나맛우유 키즈는 출시 초기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했는데 론칭하자마자 단기간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완판되며 출시 약 2개 만에 150만개가 판매됐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채널에도 입점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몇년 간 침체돼있던 유가공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출시 이후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영유아들에게 먹이기 편하고 원유 함량이 높아 평소 흰 우유를 잘 마시지 않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채주스 시장 점유율 1위인 한국야쿠르트의 ‘하루야채’ 키즈 라인도 인기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하루야채 키즈 2종(뽀로로, 타요)은 올 상반기 1240만개 가량 누적 판매되며 연 매출 150억 원을 기록 중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키즈 재품의 실구매자가 부모들인 점을 감안하면 어린이에게 건강한 음료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매출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채주스라고 해서 아이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 있지만, 친숙한 캐릭터와 풍부한 과일 활용으로 맛도 거부감 없이 지속해서 개선했다”고 전했다.
매일유업의 ‘상하치즈 미니’는 어린이 소비자를 유입하고자 4월부터 미니언즈 캐릭터를 제품에 적용해 재미 요소를 강화했다.이 제품은 자녀에게 영양이 풍부한 간식을 챙겨주려는 3040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