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2달여가 지났다. 그 사이 시장은 말 그대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우선 정식 발표 시기를 놓고도 국회 여당과 국토교통부가 시각차를 보였다. 발표 후에는 책임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미묘한 의견 차를 드러내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때문에 시장 주체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물론이고 공급자인 건설사들과 수요자들은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 사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은 들썩이기 시작했고, 청약시장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부천·송도 등지에서도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을 기록하고 있고, 검단·운정신도시 등도 분양 물량이 소진되며 기존과 달라진 분위기다. 여기에 서울지역의 신축 단지 몸값이 수천만~수억 원씩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자 소유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시장 주체들은 또다시 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에 연초 주택 규제를 피해 가을 분양시장에서 승부를 보려 했던 건설사 중 일부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각종 부작용과 우려가 쌓이자 야당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엄포용으로 내놨을 뿐 사실상 시행까지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빚어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만큼 정부는 충분한 검토를 통해 사전에 정리해야 했음에도 시작부터 어긋난 행보를 보였다.
어쩌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안을 내놓음으로써 시장이 알아서 안정되는 모습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차례 이 정책의 추이를 살펴본 시장에서는 내성만 커져 ‘서울 집값 불패론’만 확산되고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시장을 조율하고 동행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억누르고 싸워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8·2 대책과 9·13 대책 등 이른바 ‘역대급’이라 하는 부동산 대책에도 수요자들은 빈틈을 찾았고, 시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제는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시장과 싸우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수요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시점이다.
시장에서는 정당한 ‘흥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구성원 간의 분쟁은 ‘조율’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일희일비하는 정책으로는 뛰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단기적인 집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장기적인 수요-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늦으면 이 같은 불균형과 악순환의 고리를 영영 못 끊을 수도 있다.car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