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월 지난 노래 얘기를 꺼낸 이유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길 싫어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은 추석 연휴를 앞둔 10일 정부세종청사 6동 브리핑실에서 제주남단 항공회랑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담화문만 읽고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제주남단 항공회랑이란 제주도 남쪽에 국제적으로 유일하게 항공기들이 다니는 비공식적인 하늘길을 말한다. 중~일 노선을 위해 한·중 수교 전 불가피하게 만들어져 세 나라가 모두 관제권을 갖고, 고도 등의 규제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안전에 취약해 우리 정부와 중국,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 항공회랑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여기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일본 정부에 적극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이 이날 브리핑의 핵심이었다.
김 장관이 담화문을 읽고 황급히 자리를 뜨자 국토부 출입기자들은 “장관님, 장관님” 하면서 애타게 불렀지만, 김 장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장관이 자리를 비운 뒤 항공정책실장이 질의응답을 받겠다며 브리핑을 계속했지만, 기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브리핑이 끝나고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대변인 명의의 해명 문자가 뿌려졌다. 자칫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다가 잘못된 발언이 나오고 이게 기사화될 경우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8월 8일 경기도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BMW 화재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물론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을 수는 있다. 다음 일정으로 미리 양해를 구하고 질문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날 김 장관은 사전에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현직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항상 ‘국민의 대표로 하는 질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마 김 장관도 의원일 때는 이 점을 강조하며 질문했을 것이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브리핑을 하는 것은 국민에게 꼭 알려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 브리핑에 참석하고 의문점이 있으면 이를 질문을 통해 해소해 국민에게 알린다.
김 장관이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면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자들은 김 장관이 질문을 받지 않는 것이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 장관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으면 영원히 그런 장관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